#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송모씨(53)는 최근 회사 직원이 코로나19에 확진돼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했다. 당시 송씨는 감기에 걸린 듯 머리가 아픈 상태였다. 자가진단키트 검사 결과 송씨는 음성으로 판정 났다. 3일 뒤에도 감기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송씨는 자가진단키트로 재검사를 했다. 두 번째 검사에서는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선별진료소에서 받은 PCR(유전자 증폭) 검사 결과도 양성이었다. 송씨는 “자발적으로 자가진단을 또 하지 않았으면 코로나에 걸린지도 모를 뻔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코로나19 진단검사 체계를 전환했지만 시민들의 불신은 팽배한 분위기다. 특히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하는 신속항원검사 등의 경우 PCR 검사와 달리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시민들은 새 검사체계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한 검사 결과를 신뢰하는 시민들은 많지 않았다. 자가진단키트 자체의 정확도를 믿을 수 없는 데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검사를 하는 자가진단키트 특성상 정확도가 한 번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7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시청 선별진료소에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러 온 50대 회사원 이모씨는 “신속항원검사의 결과를 100% 신뢰할 수 없다”며 “검사의 효율성만 중시하고 사람들의 안전은 외면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직장인 염모씨(29)도 “자가진단키트를 제대로 사용해도 믿을까 말까인데 이마저도 제대로 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보였다”며 “코 안에 면봉을 깊숙이 찌르지 않는 사람이 수두룩한 것을 보고 불안이 더 커졌다”고 토로했다.
30대 자영업자 박모씨도 “오미크론 치사율이 낮다고는 하지만 확진자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니 정확히 선별해야 한다”라며 “검사 비용이 들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PCR 검사 대상자를 늘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실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4개 지역 선별진료소에서 신속항원검사를 진행한 결과,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으로 나온 이들의 23.9%가 ‘위양성’이었다고 밝혔다. ‘위음성’도 문제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는 의료인이 시행해도 50% 미만, 자가 검사로 시행하면 20% 미만”이라며 “무증상자에게 신속항원검사를 전면 도입할 경우 위음성 가능성이 커 오히려 감염을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현행 검사체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한 검사는 검사자 스스로가 스틱을 깊숙이 찔러 넣기도 어렵고 스틱 자체도 짧고 뭉툭해 좋은 검체를 채취할 수 없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정부가 지금의 검사체계를 유지하려면 최소한 신속항원검사 등에서 음성이 나와도 확진자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 발현될 경우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