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범죄, 기술 유출 등 첨단 범죄수사 분야에서 '특수통'으로 두각을 나타내던 김영종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이 지난달 26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한 말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인사위원으로 공수처 검사 선발에 관여한 그로서는 공수처의 수사력 논란이 달가울 리 없다.
그는 지난 2003년 '검사와의 대화'에 평검사로 참석해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전화 청탁' 의혹을 제기하며 "그것이 바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대통령에게 도발적 질문을 던진 것으로 유명하다.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는 것이 당시 대통령의 답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까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범죄정보기획관과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할 듯 보였던 김 전 지청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단행된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제외되자 서초동에서 변호사 개업을 했다.
공수처를 둘러싼 각종 논란들에 대해 김 변호사는 "공수처가 왜 저렇게 헛발질만 하냐고 물으신다면,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 신생 수사기관이 수사력이 엄청나게 뛰어날 것이라고 바라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들의 과도한 관심이 공수처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버린 상태"라고 정의했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 일문일답한 내용.
"공수처의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경험 부족, 우수 자원 부족, 그리고 인적·물적 자본 부족이다. 첫째는 경험 부족인데, 수사를 안 해본 사람이 어떻게 수사를 하겠는가.
계속 실전을 뛰는 사람이 실력은 금방 느는 것이다. 검찰도 10년 정도 우수한 선배들 틈에 끼여 배우면서 단련해야 우수한 특수부 검사가 나온다. 그런데 지금 공수처에는 수사를 가르쳐 줄 사람이 없다. 수사가 잘 이뤄지겠는가.
우수 자원 부족 문제도 있다. 가령 아무것도 안 해본 사람이 갑자기 음식점을 열었다고 생각해봐라. 밥은 할 수 있고 반찬도 대충 인터넷 보고 만들 수는 있겠지만 맛집으로 소문나지는 않을 것이다. 성과가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유명한 주방장을 스카우트하든가 아니면 유명한 주방장에게 계속해서 조언을 받든지 해야 하는 것이다.
우수 자원이 없는데 국민들은 과도한 관심을 갖고 고소·고발을 엄청나게 많이 한다. 공수처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사실 우수한 자원이 나올 수가 없게끔 공수처법이 설계돼 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제도상 문제가 있다는 건가.
"공수처법에 보면 수사처 검사가 정원의 2분의 1을 넘을 수 없다는 진짜 황당한 조항이 있다. 더군다나 왜 우수한 검사들이 안 가나. 공수처 검사 임기가 3년으로 한정돼 있다. 정년이 보장돼 있는 검사와 3년 계약직 검사라면 어디를 가겠는가.
'공수처는 왜 저렇게 헛발질하나'라고 하는데, 국회의원들이 법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우수하길 바라는 게 잘못된 것이다. 신생 수사기관이 엄청나게 수사력이 뛰어날 것이라고 바라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공수처의 통신사찰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사람들이 '공수처가 통신사찰이다' 이렇게 주장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얘기다. 공수처뿐만 아니라 검찰, 경찰이 다 그렇게 하고 있다. 저도 네 번 당했다. 그런데 공수처는 한 번, 검찰이 세 번이다.(웃음)
그렇다면 공수처 문제는 뭐냐, 너무 과하다는 것이다. 예전에 우리가 수사할 때는 적어도 오랫동안 통화를 했다든가 자주 통화를 한다든가 이런 사람들만 추려서 했는데 공수처는 그걸 모르거나 귀찮아서 그러는 것이다. 자료는 훅훅 늘어나는데 추려낼 수 없게 된다.
공수처, 검찰, 경찰 다 똑같이 하고 있는데, 그러면 공수처가 왜 더 과하게 하나. 검찰 수사관들이 거의 없어서 그렇다. 검사가 많이 있으면 그렇게 수사하지 않는다. 그게 결국은 공수처 책임으로 돌아간 것이다. 결국 공수처법, 시스템의 잘못이다."
-공수처, 대안은 무엇인가.
"전 원래 '옥상옥'이라면서 공수처 설치를 반대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일단 지금 설치돼 있다. 성과가 뭐가 있나. 특검만큼도 성과가 없었다. 1년에 들어가는 유지비, 봉급, 공무원연금 이런 거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국가적 손실이다. 그렇지만 탄생을 했다.
대안은 뭔가. 공수처 검사 임기를 3년으로 한정한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는 입법이다. 정권 눈밖에 나면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공수처 검사는 적어도 10년 주기로 적격심사를 하는 걸로 해서 신분을 보장해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수한 검사들이 공수처로 간다.
왜 갈 수밖에 없나. 요즘 젊은 사람들은 가족들부터 챙긴다. 검사하면서 계속 지방 돌아다니고 하는 것보다는 서울에 계속 붙박이로 있는 게 훨씬 낫다. 그럼 우수한 검사들이 왜 안 가겠는가.
거기에다 검사 출신을 50% 못 넘게 한다? 이런 해괴망측한 법이 어디 있나. 저런 조항을 넣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기이한 기관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런 규제 조항은 없어져야 한다. 그것만 되면 공수처에 우수 자원이 금방 늘어날 거라고 생각한다."
-검찰의 직접 수사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현 정부가 말하는 검찰개혁의 골자다. 직접 수사 폐지가 가져올 부작용과 그에 따른 대안은 있다고 보나.
"이번 정부의 가장 무리수였다고 생각하는 것이 검경 수사권 조정, 이거야말로 날치기다. 지금 경찰이 전적으로 사건을 책임지니까 이제 검사들도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변호사라도 선임돼 있는 사건이라면 이의제기도 하고 검사가 다시 조사할 수도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변호인 선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대부분 '그런가 보다' 하면서 사건이 암장 돼버리는 것이다.
결국 검찰 무력화가 검찰개혁이 된 것이다. 이건 치안 약화로 이어진다. 진짜 문제다. 경찰의 수사력이 강화된 상태에서 넘기면 괜찮은데, 사람은 그대로인데 수사권만 주니 국민들만 피해를 보는 꼴이 된 것이다. 입법했던 정치인들 진짜 반성해야 하는데, 지금 폐해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지는 자세가 없다."
-그렇다면 검찰개혁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제대로 된 검찰 인사가 이뤄지는 것, 정치 검사들을 배제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출발이어야 한다. 느닷없이 벼락출세하고 이런 것은 검찰의 안정적인 인사 문화를 파괴하는 것이다.
요즘 검사들이 진짜로 걱정하는 게 정치 검사가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정권에 아부하는 사람들이 출세하는 것을 보고 후배 검사들이 똑같이 따라 한다. 그게 제일 문제다. 대다수 검사들은 진짜 열심히 하고 생각이 바르다. 그런데 물 흐리는 것은 그런 정치 검사들이다.
예전에도 물론 있었지만 평검사 중에는 없었다. 출세하려고 하는 고위 간부들이나 좀 있었지. 그런데 지금은 대다수 검사들이 그러려고 하니 조직이 흔들려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검찰이 점점 망가지고 희화화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인사가 개혁이다. 이것을 통해서 검찰을 바로잡아야 한다."
-검사가 아닌 변호사로서 요즘 가장 관심 있는 분야가 무엇인가.
"요즘 중대재해처벌법과 자본시장법을 형광펜 들고 밑줄 쳐가면서 공부하고 있다.(웃음) 채권 파킹 거래 사건을 처음 맡았는데, 당팔선사 당팔선사 하는데 도대체 이게 뭔지.(웃음) 사전 찾아가면서 업계에 물어가면서 알아가고 있다. 결국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판결나면서 이겼는데 자본시장법 공부를 엄청 하는 중이다. 저도 소송하면서 배운다.
그다음으로 중대재해법, 이건 앞으로 상당히 문제가 될 것이다. 법에 '중대산업재해' 말고 '중대시민재해'라는 게 있다. 무슨 용어가 이런가. 예컨대 회사에서 치킨 먹고 사망했다, 단체급식 먹고 식중독 걸렸다, 이러면 이건 또 시민재해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법이라는 게 항상 적용하려고 보면 모호한 규정이 있다. 그것 가지고 엄청나게 분쟁이 많이 생길 것이다.
저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성장을 할 수 있게 키워주고 북돋아주는 한편 당근과 채찍을 같이 줘야 한다. 앞으로 입법 방향은 이렇게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