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희 칼럼]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미디어..생존과 진화를 위한 변주곡

2022-01-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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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창희 카이스트 겸직교수]


2021년에 미디어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거론된 단어를 하나만 뽑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메타버스(metaverse)’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미디어를 통해 가상 세계에서 현실과 유사하거나 혹은 현실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활동을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는 단기간에 높아졌으며, 2022년에도 이와 같은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아니 메타버스란 우리에게 완전한 신세계인가? 뒤의 질문부터 답하자면 메타버스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개념이다.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고 알려져 있는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가 1992년에 출간됐으니 메타버스를 새로운 용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상균은 <메타버스>에서 코로나19 발생 전부터 있었던 언택트 환경을 메타버스라고 호명한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새롭게 창안된 개념이 아니라 코로나19와 같은 사회구조적 변화와 미디어의 기술적 진화가 맞물려 재발견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앞의 질문으로 돌아오면 메타(meta)는 ‘초월’ 혹은 ‘관한’이라는 뜻을 가진 용어다. 메타영화, 메타소설 등 특정 분야에 메타가 붙으면 영화에 관한 영화, 소설에 관한 소설 등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제는 마블로 인해 친숙한 단어가 되어 버린 유니버스(universe)는 우주라는 뜻이다. 메타와 유니버스는 오랜 세월 사용되어 온 용어이지만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새로운 단어는 아니더라도 아직 어떠한 방향으로 진화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앞서 메타가 ‘관한’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세계에 관한 세계 혹은 세계를 초월한 세계인 메타버스는 아직 맹아기라고 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개념의 확장성이 넓은 만큼 어디까지를 메타버스로 볼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에 관해 길게 얘기한 것은 디지털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는 미디어에 관해 새롭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메타버스와 같이 기존에 존재했던 개념도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이 조명받고 있는 것을 보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존재했던 미디어들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 혹은 생존해 나갈지를 살펴보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코로나로 인해 가입자 상승이 지속되었던 넷플릭스는 2021년 4분기에도 가입자가 증가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가입자가 가파르게 성장했던 2020년보다 성장 폭이 둔화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넷플릭스의 주가 폭락은 단순히 성장세 둔화에 따른 것이 아니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전히 유료 가입자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넷플릭스의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도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유니버스 얘기가 나온 김에 이번에는 마블 얘기를 꺼내 볼까 한다. 코로나로 인해 2020년 개봉이 연기되었던 ‘블랙 위도우’, ‘샹치’, ‘이터널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4편이 2022년에 개봉되었다. 마블 팬들에게는 축복 같은 해였을 수도 있고, 마블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해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새로운 유니버스가 시작되었지만 마블 유니버스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종잡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2021년에 발표된 작품들에 대한 호오가 이전 작품들에 비해 크게 엇갈리고 있다는 것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마블이 이전처럼 연결성을 극대화하는 유니버스를 구축해 나갈 것인지, 개별 작품만으로도 충분히 흥미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다. 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 톰 홀랜드 등 전현직 스파이더맨이 모두 등장하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스파이더맨의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었을 수 있지만 2시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작품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기를 바랐던 관객들에게는 자칫 지루한 경험이었을 수도 있다.
 
마블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제작비가 계속 상승하는 상황에서 IP 활용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개별 서사의 완성도에 집중할 것이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IP와 관련된 서사의 연결성을 극대화하여 자신들의 유니버스에 이용자들을 포획할 것이냐의 고민이 가능한 것은 디즈니가 그만큼 방대한 IP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사업자들도 IP 활용 가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CJ ENM은 신설법인을 설립하는 등 멀티 장르 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하여 IP에 대한 활용도를 높이는 한편,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라라랜드를 제작한 바 있는 엔데버 콘텐트를 인수했다.
 
코로나 이후 미디어와 관련하여 비대면, OTT, 메타버스 같은 단어들이 주목받았지만 레거시 미디어 영역에 대해서도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이 국내 콘텐츠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은 레거시 콘텐츠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가 수년간 성장 기반을 마련해 줬기에 가능한 일이다. 2022년에는 레거시 미디어 사업자들도 OTT뿐 아니라 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낡은 규제를 포함한 레거시 사업자의 혁신을 위한 제도적 환경 마련의 중요성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된 2022년에는 여전히 비대면 환경에서 미디어 역할이 강조될 것이다. 메타버스와 같은 신유형 미디어는 더욱 진화할 것이고, 레거시 미디어들도 지속 생존과 혁신의 방향을 모색할 것이다. 2022년에 일어날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역동적인 변화에 부합하는 역동적인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노창희 필자 주요 이력 

▷중앙대 신문방송학 박사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디지털경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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