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여학생은 기쁨조 아냐" 위문편지 한 통서 시작된 젠더 갈등

2022-01-2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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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청소년은 기쁨조 아냐" 위문 편지 비판 현수막, 서울서 동시다발적으로 게재

위문편지 반대하는 여성들, 트위터 등 SNS서 단체 결성해 '위문편지 폐지' 주장

[사진=트위터 '편지 찢는 여자들']

최근 서울의 한 여고에서 보낸 '군인 조롱 위문편지' 논란이 학교 측 사과로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한 여성단체가 위문편지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면서 논란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20일 트위터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위문편지를 강요한 학교 측과 교육당국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강남역 10번 출구와 서울시청, 국회의사당, 청와대 인근에 동시다발적으로 게시됐다. 현수막에는 "진명여고 학생은 잘못하지 않았다", "위문편지 완전 철폐", "여성 청소년은 남군을 위한 기쁨조가 아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수막은 진명여고 앞에도 설치됐다. 하지만 현수막 지정 게시대가 아닌 곳에 게시물이 설치돼 양천구청 측이 현재는 현수막을 철거한 상태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현수막을 내건 여성단체는 군인을 조롱하는 내용의 위문편지를 작성해 비난을 받는 진명여고 재학생들과 연대하자는 취지로 결성됐다. 앞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학교 재학생이 지난달 30일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위문편지 내용이 공개됐다. 공책을 반으로 찢어 쓴 편지엔 "군 생활 힘드신가요? 그래도 열심히 사세요 ^^ 저도 이제 고3이라 죽겠는데 이딴 행사 참여하고 있으니까 열심히 사세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라며 군인을 조롱하는 내용도 덧붙였다.
다른 장병이 받은 편지에도 조롱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른 여학생은 편지에 "아름다운 계절인 만큼 군대에서 비누는 줍지 마세요"라고 적었다. "비누를 줍는다"는 표현은 군대 내 동성 간 성폭행을 뜻하는 은어로, 성희롱에 해당하는 표현이다. 이런 위문편지를 본 누리꾼들 사이엔 "본인 청춘을 바쳐 나라를 지키는 장병들에 대한 학생들의 조롱이 도를 넘었다"란 목소리가 나온다. 또 "군인에 대한 예우 교육을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사진=트위터 '편지 찢는 여자들']

다만 일부 여성은 위문편지가 강제성을 띠고 있는 데다 10대 여학생이 성인을 위로한단 명목으로 편지를 쓰는 것은 부적절하단 입장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여고에서 강요하는 위문편지를 금지해 달란 청원이 올라온 상황. 청원인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위문편지를 쓴다는 것은 큰 문제로 보인다. 미성년자인 여학생들이 성인 남성을 위로하는 편지를 억지로 쓴다는 것이 얼마나 부적절한지 잘 아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20일 오전 10시 기준 14만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학생에게 강요된 군 위문편지가 부적절하다며 폐지를 주장하는 여성들은 '편지 찢는 여자들'이란 단체를 결성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 단체는 '진명여고 현수막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위문편지는 일종의 성폭력이라며 '위문편지 완전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이 단체를 지지하는 이들은 후원금을 보내는 방식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이 단체가 공개한 후원금 내역을 보면 적게는 약 40명에 달하는 이들이 적게는 2000원부터 많게는 5만원까지의 후원금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위문편지 논란을 계기로 여성들이 연대하는 단체는 이곳뿐만이 아니다. 위문편지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트위터 등 SNS에서 '여성결사'라는 단체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여성결사는 성명을 통해 "위문편지는 학생들의 자율권을 침해하고, (학생들을) 성폭력 위험에 노출하는 잘못된 관행이며 여학생은 군인을 위안하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진명여고 측이 위문편지 논란과 관련해 군부대에 사과하겠단 입장을 취하자 사과할 대상은 군부대가 아닌 학생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국 모든 학교에서 위문편지로 인한 스토킹과 성희롱 등 피해 상황을 전수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조롱성 위문편지가 공개된 뒤로 해당 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성 게시글이 지속해서 올라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트위터 '편지 찢는 여자들']

한 장의 위문편지에서 시작된 논란은 점차 젠더 갈등 양상을 띠고 있다. 목동의 한 학원이 진명여고 학생은 가르치지 않을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 해당 고교 학생들에 대한 신상털기 등 과격한 반응이 나오면서다. 남성 이용자가 많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여성단체가 내건 현수막에 민원신고를 넣어 철거했단 인증글이 공유되기도 했다.

편지 한 통을 두고 갈등이 격화하자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종로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학교 학생들에 대한 성희롱성 게시글과 합성 사진이 지속해서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생에 대한 괴롭힘을 멈춰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여성단체가 이번 위문편지 논란과 관련해 외신 제보 활동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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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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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의 요점이 뭔지? 강요된 위문편지가 아니라 봉사활동 점수른 받기위한 행동아닌가요? 그런데 저게 봉사활동 점수 받을만한 편지인가요? 젠더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안보의식이 없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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