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현실이 교차하는 세상은 오래전부터 인류의 삶에 들어와 있다. 1999년 개봉된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데이터로 가득한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한다. 최근 공개된 매트릭스4 리저렉션에서 여주인공 트리니티는 네오에게 당신을 꿈에서 봤다고 얘기하는데, 가상 세계에서도 꿈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돌이켜보면 인류의 발전은 모든 것이 꿈에서 비롯되었다. 라이트 형제의 하늘을 나는 꿈은 비행기를 만들었고 노틸러스호로 유명한 ‘해저2만리’ 공상 과학소설은 잠수함의 발달에 큰 기여를 했으며 일론 머스크의 민간인 우주여행 꿈은 스페이스X를 탄생시켰다.
이렇게 인류의 발전은 꿈을 통해 이루어져 왔으며 이제 투자의 세계에서도 꿈은 투자 결정에 중요한 요소가 됐다. 지난해 7월 윤종규 KB그룹 회장은 미래 KB금융 청사진을 설명하며 ‘PDR(price to dream ratio·주가 대비 꿈 비율)’ 지표를 언급했다. KB도 혁신가치를 인정받아 PDR가 적용되는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자는 주장이다.
얼마 전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한창일 때 20년 전과 유사한 논쟁이 벌어졌다. 코스피 시장의 평균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2배에 불과한데 플랫폼 기업과 배터리, 바이오 기업의 PER가 60배를 훌쩍 넘는 종목이 속출하면서 PSR(Price Selling Ratio·주가 매출액 비율)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러한 사실은 기존 넘버크런처(숫자로 사물이나 가치를 평가하는 사람) 관점에서 볼 때 주가에 거품이 왕창 낀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투자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매수하고 주가는 고공 행진을 이어간다. 결국 기업가치 평가에 있어 기존 평가법 적용이 어려워지자 대표 바이오 종목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예 몇 개월간 기업 보고서가 나오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렇게 신산업 등장에 따른 고속성장 기업의 가치평가 방법론을 두고 전 세계 투자업계가 설왕설래하던 가운데 2020년 10월 한국투자증권이 PDR라는 개념을 도입해 기업가치 분석을 시도했다. PDR를 이론적으로 정립해 가치평가에 적용한 것은 국내 증권사 중에서 한국투자증권이 처음인데 PDR는 기업의 ‘시가총액’을 ‘전체 산업 시장의 추정 매출액에 해당 기업의 예상 점유율을 곱한 값’으로 산정한다. 이때 해당 산업의 전체 시장 규모를 뜻하는 TAM(Total Addressable Market)은 해당 기업 제품·서비스의 확장성까지 감안하는데 이를 통해 도출된 PDR로 경쟁사 대비 상대적 매력도를 가늠할 수 있고 기업 본질 가치에 ‘꿈’을 곱해 미래 적정 가치를 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1990년대 말 미국에서 있었다. 인터넷 기업 붐이 일면서 이익에 초점을 맞춘 PER로는 인터넷 기업의 주가를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결국 이익이 아닌 매출로 주가를 설명하는 PSR라는 새 잣대가 등장했는데 이는 초기 과도한 투자비용 지출로 장기간 적자 가능성이 높은 성장업종에 유리한 평가법이다.
이렇게 기존 잣대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면 언제나 이를 정당화하려는 논리가 등장한다. '닷컴버블' 때 PSR라는 신개념이 등장한 상황과 그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다. 당시 PSR로 주가를 정당화하던 기업들 대부분 오래지 않아 폭락을 맛보거나, 아예 시장에서 퇴출됐다. 20년이 지난 현재 PDR로 주가를 정당화하던 기업들 역시 비슷한 흐름을 타고 있는데, 물론 PDR라는 개념까지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닷컴버블 붕괴 후 한동안 '지나치게 급진적인 척도'라는 평가를 받던 PSR가 20년이 지난 지금에는 '주요 가치평가 척도'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으며 고객 확보가 중요한 플랫폼 기업이나 매출 성장성이 중요한 벤처기업에는 PSR가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PSR가 시장에서 인정받는 데 20년 세월이 걸렸기에 PDR도 앞으로 상당 기간이 흐른 후에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PDR를 거론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기업이 테슬라인데 테슬라의 PER는 무려 930 수준이다. 이는 현재 테슬라 주당 순이익이 실제 주가만큼 되려면 무려 930년이나 걸린다는 얘기다. 반면에 며칠 전 시총 3조 달러가 넘었다는 애플의 PER는 26 수준이며 테슬라 PER는 1000에 가깝다. 기존의 기업가치 분석 도구로는 도저히 평가하는 게 어렵다는 얘기다. PDR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해당 기업의 전체 시장 규모 측정인데 이는 매우 주관적 판단에 의할 수밖에 없으며 더구나 테슬라처럼 스페이스X, 스타링크, 보링컴퍼니, 로보택시 등 일론 머스크가 이야기하는 테슬라의 신규 사업 시장 규모까지 감안하여 그 시너지를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보일 정도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왜 이렇게 무모한 가치에 투자할까. 그리고 그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결국 PDR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해당 기업 CEO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그 CEO가 제시하는 ‘꿈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기대감도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실적을 일부라도 보여주어야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테슬라의 스페이스X 우주여행 성공 사례나 일론 머스크의 존재감이 테슬라의 시가총액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너무 큰 CEO 리스크는 주가 등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투자자는 그러한 위험까지 감수하고 투자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PDR가 가장 많이 반영된 시장은 암호화폐 시장이라 할 수 있는데 지난 몇 년간 이 시장에서 활동해온 필자의 소견으로는 암호화폐까지 PDR로 평가하는 것은 아직 한참 이르다고 본다. 비탈릭 부테린(이더리움 창시자)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더리움이나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등 극소수 암호화폐를 제외한 대다수 암호화폐는 아직까지는 PDR가 아니라 PBR로 평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기서 PBR는 기존의 주가순자산비율(price-to-book ratio)이 아닌 주가순거품비율(Price to Bubble Ratio)이다.
이렇게 인류의 발전은 꿈을 통해 이루어져 왔으며 이제 투자의 세계에서도 꿈은 투자 결정에 중요한 요소가 됐다. 지난해 7월 윤종규 KB그룹 회장은 미래 KB금융 청사진을 설명하며 ‘PDR(price to dream ratio·주가 대비 꿈 비율)’ 지표를 언급했다. KB도 혁신가치를 인정받아 PDR가 적용되는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자는 주장이다.
얼마 전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한창일 때 20년 전과 유사한 논쟁이 벌어졌다. 코스피 시장의 평균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2배에 불과한데 플랫폼 기업과 배터리, 바이오 기업의 PER가 60배를 훌쩍 넘는 종목이 속출하면서 PSR(Price Selling Ratio·주가 매출액 비율)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러한 사실은 기존 넘버크런처(숫자로 사물이나 가치를 평가하는 사람) 관점에서 볼 때 주가에 거품이 왕창 낀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투자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매수하고 주가는 고공 행진을 이어간다. 결국 기업가치 평가에 있어 기존 평가법 적용이 어려워지자 대표 바이오 종목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예 몇 개월간 기업 보고서가 나오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렇게 신산업 등장에 따른 고속성장 기업의 가치평가 방법론을 두고 전 세계 투자업계가 설왕설래하던 가운데 2020년 10월 한국투자증권이 PDR라는 개념을 도입해 기업가치 분석을 시도했다. PDR를 이론적으로 정립해 가치평가에 적용한 것은 국내 증권사 중에서 한국투자증권이 처음인데 PDR는 기업의 ‘시가총액’을 ‘전체 산업 시장의 추정 매출액에 해당 기업의 예상 점유율을 곱한 값’으로 산정한다. 이때 해당 산업의 전체 시장 규모를 뜻하는 TAM(Total Addressable Market)은 해당 기업 제품·서비스의 확장성까지 감안하는데 이를 통해 도출된 PDR로 경쟁사 대비 상대적 매력도를 가늠할 수 있고 기업 본질 가치에 ‘꿈’을 곱해 미래 적정 가치를 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1990년대 말 미국에서 있었다. 인터넷 기업 붐이 일면서 이익에 초점을 맞춘 PER로는 인터넷 기업의 주가를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결국 이익이 아닌 매출로 주가를 설명하는 PSR라는 새 잣대가 등장했는데 이는 초기 과도한 투자비용 지출로 장기간 적자 가능성이 높은 성장업종에 유리한 평가법이다.
이렇게 기존 잣대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면 언제나 이를 정당화하려는 논리가 등장한다. '닷컴버블' 때 PSR라는 신개념이 등장한 상황과 그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다. 당시 PSR로 주가를 정당화하던 기업들 대부분 오래지 않아 폭락을 맛보거나, 아예 시장에서 퇴출됐다. 20년이 지난 현재 PDR로 주가를 정당화하던 기업들 역시 비슷한 흐름을 타고 있는데, 물론 PDR라는 개념까지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닷컴버블 붕괴 후 한동안 '지나치게 급진적인 척도'라는 평가를 받던 PSR가 20년이 지난 지금에는 '주요 가치평가 척도'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으며 고객 확보가 중요한 플랫폼 기업이나 매출 성장성이 중요한 벤처기업에는 PSR가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PSR가 시장에서 인정받는 데 20년 세월이 걸렸기에 PDR도 앞으로 상당 기간이 흐른 후에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PDR를 거론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기업이 테슬라인데 테슬라의 PER는 무려 930 수준이다. 이는 현재 테슬라 주당 순이익이 실제 주가만큼 되려면 무려 930년이나 걸린다는 얘기다. 반면에 며칠 전 시총 3조 달러가 넘었다는 애플의 PER는 26 수준이며 테슬라 PER는 1000에 가깝다. 기존의 기업가치 분석 도구로는 도저히 평가하는 게 어렵다는 얘기다. PDR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해당 기업의 전체 시장 규모 측정인데 이는 매우 주관적 판단에 의할 수밖에 없으며 더구나 테슬라처럼 스페이스X, 스타링크, 보링컴퍼니, 로보택시 등 일론 머스크가 이야기하는 테슬라의 신규 사업 시장 규모까지 감안하여 그 시너지를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보일 정도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왜 이렇게 무모한 가치에 투자할까. 그리고 그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결국 PDR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해당 기업 CEO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그 CEO가 제시하는 ‘꿈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기대감도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실적을 일부라도 보여주어야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테슬라의 스페이스X 우주여행 성공 사례나 일론 머스크의 존재감이 테슬라의 시가총액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너무 큰 CEO 리스크는 주가 등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투자자는 그러한 위험까지 감수하고 투자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PDR가 가장 많이 반영된 시장은 암호화폐 시장이라 할 수 있는데 지난 몇 년간 이 시장에서 활동해온 필자의 소견으로는 암호화폐까지 PDR로 평가하는 것은 아직 한참 이르다고 본다. 비탈릭 부테린(이더리움 창시자)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더리움이나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등 극소수 암호화폐를 제외한 대다수 암호화폐는 아직까지는 PDR가 아니라 PBR로 평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기서 PBR는 기존의 주가순자산비율(price-to-book ratio)이 아닌 주가순거품비율(Price to Bubble Ratio)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