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새해 증시 개장일의 단상(斷想)

2022-01-0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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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GFM투자연구소장]


대학 시절, 생산관리 시간에 예측(Forecasting)이라는 챕터를 시작하면서 교수님이 툭 내던지신 한마디(“예측은 틀리기 위해 하는 것이다”)는 외환딜러로 시장에 처음 발을 내디딘 이후 지금까지 금융시장의 전망과 사후 해석을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에게는 매우 고마운(!) 명제다.

그만큼 예측이라는 것은 어렵다는 
사실을 웅변하는 한마디 아닌가?
 
‘코로나19’가 온 세상을 뒤덮었던 2020년에 코스피는 한 해 동안 30.8% 상승률을 기록하였다(2197.67→2873.47··· 그해 3월의 저점 1439 대비로는 99.6% 급등). 전 세계 주가지수의 벤치마크라 여겨지는 미국 S&P500지수가 16.3%, 나스닥은 43.6% 올랐으니 글로벌 증시와 비교해서도 전혀 꿀릴 것이 없는 성적이다(더 놀라운 것은 2020년 코스닥 상승률은 44.6%로 나스닥도 제쳤다). 그해 연말에 2021년 증시 전망을 내놓은 국내 증권사들의 코스피 예상 지수대는 극단적인 하단이 2100에 상단은 3000이었지만 얼추 2300~2900이었다. 그리고 2021년의 고점은 3316.08(6월 25일), 저점은 2822,73(11월 30일), 연말 마감 지수는 2977.65였다(연간 3,63% 상승). 예측은 틀리기 위해 하는 것임이 확인된 셈이다. 그리고 ‘코로나 장세’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통상적인 예측과 전망이 무색해지는 아주 이례적인 현상이었음을 시사한다.
 
또 틀릴 것으로 충분히 짐작되지만 참고로 2022년을 내다보는 국내 증권사들의 전망은 평균하여 2822~3307로 압축된다. 극단적인 전망으로 K증권사는 2900~3500을 제시하는가 하면 D증권사는 2610~3000을 내다보고 있다. 이쯤 되면 그냥 투자자들이 각자 알아서 잘 대처하라는 얘기다.
 
1월 1일에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1년 12월 및 연간 수출입 동향’은 국내 언론사들의 가슴을 벅차게 하는 기사로 자세히 소개되었다. 2021년 수출은 6445억4000만 달러(전년비 +25.8%), 수입은 6150억5000만 달러(전년비 +31.5%), 무역수지는 294억9000만 달러로 13년 연속 흑자, 수출과 수입을 합한 무역액도 1조 달러를 넘어서면서(1조2596억 달러) 세계 무역 순위 8위···. 반가운소식이다. 주요 품목과 지역에서 기록적인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굳이 기저효과 등을 들이대면서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증시에서 주가는 소외당하고 있지만 어려운 대내외 환경하에서 수출역군의 역할을 잘 감당해 내며 양질의 일자리도 제공하는 기업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다.
 
다만, 따져볼 것은 따지면서 이런 기사를 살펴야 한다. 연간 무역수지 흑자 295억 달러 정도로는 외환 수급(需給) 측면에서 환율 하락(원화 강세)을 보장하지 못한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액만 작년에 225억 달러를 훌쩍 넘겼다. 기관 투자자들이나 기업들의 직간접 해외투자까지 감안한다면 달러 공급보다 달러 수요가 더 클 것임이 짐작되는 상황이다. 수출 증가율보다 수입 증가율이 더 큰 폭을 기록하고 있고 금년에는 수출 증가율이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크다. 거기에다 미국 연준(Fed)은 올해 ‘양적 완화(QE)’를 끝내고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태세인 데다 심지어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 모기지 채권, 회사채의 상환을 요구하는 ‘양적 긴축(QT)’에 나설 가능성도 월가에서는 회자되고 있다. 글로벌 달러 시세가 쉽사리 약세로 돌아서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2020년과 2021년에 걸쳐 국내 증시에서 50조원 넘게 누적 순매도를 기록 중인 외국인 투자자들의 귀환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 새해 첫 개장일에 외국인들이 현·선물에서 공히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지만, 연준의 속내를 좀 더 가늠해 볼 수 있는 지난해 12월 FOMC 의사록을 확인하고 맞는 첫 위클리 옵션 만기일(1월 6일 목요일)의 외국인 매매 동향도 살펴봐야 한다(여전히 변동성 장세에서 완력을 구사하여 파생상품 시장에서 수익 챙기기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또 하나의 단상···. 고속도로 운행 중 목적지 IC를 깜박 지나치고 나면 제법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투자에서 진입 시점도 중요하지만 언제 어디에서 빠져나올 것인지도 중요하다. 특정 기업의 주가 동향을 언급하지는 않겠다. 다만 수직 상승세를 보이다가 물적분할 등의 이슈로 뚝 부러진 종목을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아주 이례적인 ‘코로나 장세’에서 ‘투 더 문(to the moon)’ 각도를 보이고 있는 종목들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출구를 잘 살피며 운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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