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금년보다 나은 내년 증시를 기대하면서

2021-1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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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GFM투자연구소장]

코로나 시대를 맞아 우리는 ‘K자형 회복’ 혹은 ‘K자형 장세’라는 진단을 자주 듣는다. 경기나 기업실적 측면에서 코로나 시국이 새로운 기회가 되었던 부문이 있었던 반면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기업과 자영사업의 존폐 여부를 걱정해야 할 곳도 적지 않았다. 증시에서도 업종과 종목에 따라 엄청난 시세를 분출한 부문이 있는가 하면 한 해 내내 연초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채 주가가 흘러 내리기만 하면서 투자자들의 속을 까맣게 태우는 경우도 여기저기에서 발견하게 된다. 작년 말 2873.47p종가 이후 6월 25일 장 중 고점 3316.08p를 기록했던 코스피 지수가 지난 11월 30일 장 중에 2822.73p까지 밀려났다. 주가지수만 보고 평가하자면 올 한 해 한국 증시와 투자자들은 헛장사를 했다. 그리고 12월 들어 지수는 다시 급반등세를 연출하여 12월 3일에는2968.33p로 마감하였다. 3거래일 만에 저점 대비 5.2% 상승이다. 거기에다 고무적인(?) 것은 외국인들이 그 사흘 동안 거래소에서만 1조984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개인투자자들은 2조2천억원 순매도).
 
이로써 우리 증시는 기간 조정 및 가격 조정의 어둡고도 긴 터널을 벗어난 것일까? 과연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 1~2위 종목이자 뭐니뭐니 해도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선봉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한번 코스피 3000포인트 시대 진입을 이끌어 낼 것인가? 델타 변이에 이어 터진 ‘오미크론 변이 출현’ 같은 바이러스 관련 악재는 이제 더 이상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예전만 못해지는 것일까? 연준(Fed)은 이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진단을 철회하면서 테이퍼링의 가속화 및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고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지표도 치솟기만 하는데 증시를 비롯한 자산시장은 이제 이러한 ‘통화정책 정상화’ 이슈에 대해서는 면역이 생긴 것일까? 그래서 금년보다는 더 나은 내년 증시 기상도를 그려 보아도 되는 것일까?
 
위 질문들에 대해 확실히 이렇게 될 것이라며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가 정답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미친 변동성’을 보이는 주가와 금리, 환율, 국제유가 등을 몇 주 내지 몇 달 더 목격해야 할지도 모른다. ‘팬데믹’은 분명 세계 경제에 타격을 가하고 여기저기에서 병목현상을 야기하였지만 넘치는 유동성에 힘입어 1년 반 넘게 이어져 온 자산가격 랠리는 이제 유 턴(U-turn)의 기미를 보이는 항공모함(돈줄을 풀었다 죄었다 하는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에 흠칫하고 있다. 그런데 항공모함의 함장 혹은 그의 인사권자는 언제든지 말을 바꾸는 ‘유연함’을 지닌 자들이라 팔아도 다 팔기가 싫고 사고자 해도 일거에 다 사기에는 부담스럽다. 변이 바이러스들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앞으로 추가적인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이 더 있을 것인지 등도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최근 들어 국내 증시에서 다시 시장 장악력을 뽐내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진정 한국 증시를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귀환하는 것인지, 그저 변동성 장세를 이끌어내어 만만한 국내 기관투자자들과 개인들을 상대로 수익을 챙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더 큰 불확실성이 대기하고 있을지도 모를 2022년 증시를 앞두고 우리는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사안의 답을 찾고자 하기보다는 보다 본질적이고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보는데, 우선 국내 기관투자자와 연기금의 역량을 키울 방안을 모색할 것을 촉구한다. 맡겨봐야 제대로 수익도 못 내고 이런저런 부정부패 소식만 들려오다 보니 내가 직접 하겠다고 개인들이 나선 결과 기관의 힘이 예전만 못하다. “믿고 따를 장수가 없다”’는 세간의 평가를 연기금이나 금융투자업계는 귀 담아 들었으면 한다. 전문적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응집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국 증시를 ‘ATM기’ 정도로 여기는 외국자본들과 전투다운 전투를 벌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월 1회씩 맞는 선물·옵션 만기일의 변동성을 완화해 줄 것이라는 애초 기대와는 반대로 오히려 시장 변동성만 증폭시키는 위클리 옵션 제도에 대한 존폐 여부도 고민해 볼 때가 되지 않았는지?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지만 눈 먼 돈이 넘쳐나는 시절이라고 해서 역대급 IPO가 단행되고 있다. 세상의 관심을 끌 만한 기술이 있으면, 그리고 스토리 텔링이 받쳐주면 너도나도 상장에 나선다. ‘ESG’가 새롭게 떠오르는 증시 패러다임이라고 하는데, 그중 하나인 거버넌스(Governance)가 그저  하나의 회사로 가도 충분한 것을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어 대주주들만 배불리고 개인들은 청약으로 몇 주 받은 주식을 상장일 당일 파느냐 마느냐로 고민하며 “잘 팔면 치킨, 더 잘 팔면 한우” 타령이나 해서야 우리 증시의 미래가 없다. 아무리 돈이 돈을 버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이제 “소는 누가 키우나?”라는 명제도 곱씹어 볼 때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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