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산하 카드사들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이례적으로 조기 타결했다. 매년 한 달 이상 대립각을 세우던 것과 대립되는 행보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벌어들인 덕에 노사 간 입장 차이가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 또 올해 업황 악화가 기정 사실화되는 만큼, 갈등보단 협력으로 ‘원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단 점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우리카드를 제외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하나카드는 모두 임단협을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카드는 아직 임단협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는 새로운 노조가 출범한 데 따른 지연이다. 안건에 대해서는 별다른 갈등이 없다. 우리카드 노조 관계자는 “(새로 출범한 노조 위원장의) 취임식이 다음 주로 잡혀서 임단협 관련 실무 회의 자체를 진행하지 못한 상태”라며 “사측과 큰 갈등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단협 조기 타결은 작년에 카드사들이 벌어들인 역대급 실적 덕분이다. 8개 카드사의 작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원을 훌쩍 넘었으며, 작년 전체로는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각사별로 봐도 성장세는 확연하다. 가장 덩치가 큰 신한카드와 국민카드의 작년 3분기 누적 순익은 각각 5387억원과 374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5%, 46.6% 성장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하나카드와 우리카드는 1990억원, 1750억원으로 무려 73.9%, 63.6% 늘었다.
여기에 올해 경영 환경 악화가 예상되면서 갈등보다는 화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카드사는 현재 기존 주력 사업이던 수수료 이익과 이자 이익에서 모두 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는 당정이 최대 0.3%포인트를 인하하기로 결정하면서 위축이 불가피하다. 이자 이익 역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카드론이 포함되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이 밖에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금리 부담 상승 등 악재도 상존한다.
한 카드사 노조 관계자는 “올해 업황 악화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 노사가 대립각을 세우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올해는 수익성 방어를 위해 최대한 상호 발전적인 방향으로 관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조심스러운 반응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서민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자칫 카드사들이 실적 잔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성과급이) 소폭 올랐지만 예년보다 크게 증가한 것은 아니다"며 “(협상 과정에서) 노사가 각각 한발씩 양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