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 1880억 횡령 가능했던 구멍은?…대규모 M&A 실탄

2022-01-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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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유동자산 중 현금비중 43% 달해 3205억 보유

금융권 담보 금액 제외 대부분 횡령으로 빠져나간듯

엄태관 대표 "올해 최대 1조 업체 인수" 발언 물거품

코스닥 상위종목 현금성 자산 현황(단위:억원) [자료=각사 분기보고서 취합]

상장법인에서 단기간에 1880억원이라는 역대급 횡령이 가능했던 '구멍'이 무엇일까. 자세한 것은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 밝혀지겠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오스템임플란트의 높은 현금보유고가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유동자산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현금 형태로 보유하던 곳이다.

1월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3분기 기준 총 7493억원 규모의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유동'이란 1년 안에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전체 유동자산 중 '현금및현금성자산' 규모는 3205억원이다. 전체 유동자산의 42.77% 수준이다. 

이 현금 중 금융권에 담보제공 등으로 사용이 제한된 부분을 제외한 대부분이 이번 횡령사고의 피해가 된 것으로 파악된다.

임플란트 업계 내에서도 오스템임플란트의 현금 비중은 유독 높았다. 경쟁사인 덴티움은 유동자산의 25.88%를, 디오는 14.45%를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회사로 유입되는 자금을 다양한 투자를 통해 회전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오스템임플란트로서는 현금 비중을 높인 이유는 있다. 바로 M&A(인수합병)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위부터 25위의 유동자산 대비 현금성자산의 비중을 집계한 결과 에이치엘비와 오스템임플란트, 그리고 씨젠이 1~3위를 차지했다. 세곳 모두 활발한 M&A에 나서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1위인 에이치엘비의 유동자산 대비 현금성 자산의 비중은 무려 82.26%다. 2108억원 규모의 유동자산 중 1734억원을 현금으로 보유 중이다.

에이치엘비는 적극적인 M&A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 구조다 보니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에이치엘비는 계열사 6곳과 연합해 에이치엘비 컨소시엄을 꾸려 지난해 노터스와 지트리비앤티, 에프에이 등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M&A 행보를 보이고 있다.

씨젠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3839억원으로 오스템임플란트보다 많다. 하지만 전체 유동자산 규모가 오스템임플란트보다 많은 9030억원에 달해 현금성 자산의 비중은 42.51%로 3위다.

씨젠도 공격적인 M&A로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기로 하고 대상 기업을 물색 중이다. 지난해 초 인수합병을 전문적으로 추진할 M&A 총괄 부사장을 외부에서 영입하고 인수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인수합병을 위해 코스피로의 이전상장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템임플란트도 이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M&A를 위해 현금을 쌓아가던 중으로 분석된다. 엄태관 오스템임플란트 대표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확대된 자금 여력을 기반으로 1000억~1조원 규모의 업체를 인수할 예정"이라며 "매물을 폭넓게 들여다보는 중으로 내년(올해)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9월 독일계 치과 브랜드인 카보를 인수하려다가 협상이 결렬된 바도 있다.

문제는 관리다. 이번 횡령사고에 따른 자금회수에 실패한다면 오스템임플란트의 M&A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이번 횡령이 해당 직원의 단독범행인지 아닌지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회사 측은 단독범행이라며 선을 긋는 모습이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면 더 큰 문제다. 자기자본에 맞먹는 수준의 대규모 자금을 한 사람이 빼갈 수도 있는 허술한 관리 체계를 가졌노라고 고백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A를 위해서 현금이 필요하더라도 다양한 단기금융상품으로 분산해 돈을 순환시키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스템임플란트는 설립 24주년을 맞은 중견기업인데 입사 4년 차도 안된 인물에게 자금관리라는 중책을 맡긴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자금관리는 회사 입장에서 정말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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