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을 의식한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서 시장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당정이 스스로 정책 신뢰도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혜택을 받지 못한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2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공시가격 급등과 상관없이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부담을 올해 수준으로 맞추기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완화 방안으로는 △현행 150%인 세 부담 상한을 조정하는 방안과 △내년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산정시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 △고령자 종부세 납부유예 제도 도입 등이 거론된다.
양도소득세도 상황은 비슷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청와대와 정부의 반대 속에서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 법안 마련에 착수했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고 있어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 명분이다.
정책이 급선회하면서 이해당사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 기조에 막혀 수천만~수억원의 양도세를 내고 집을 판 사람들은 아예 소급적용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게다가 당정이 꾸준하게 내세웠던 세금 강화 입장을 급선회하면서 정책 불신은 심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양도세 중과 완화와 관련해 "역시 정부 말 안 듣고 버티는 자가 승리한다", "결국 안 팔고 갖고 있길 잘했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최근에는 전월세 시장 안정화를 이유로 상생 임대인 대책을 내놓으면서 조세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 제도는 이달 20일부터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데 세금 부담 완화 효과는 미미한 반면, 이미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집주인은 혜택이 없어 조세원칙과 형평성을 무시한 정책이란 지적이다.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정책 변화가 이어지며 시장 참여자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된 상황에서 정책 변수까지 더해지며 거래 절벽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땜질 처방'만 쏟아내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제 와서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을 완화해버리면 투기 소득을 공공이 환수하겠다는 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라며 "집값 안정은 물론 정부 정책을 신뢰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