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중국 보건당국이 공개한 인터넷진료 관리감독 세칙 초안 주요 내용이다. 인터넷 의료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홍콩증시에서 주요 온라인 헬스케어 기업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이러한 규제가 중국 원격 진료 시장의 불량 기업을 솎아내고 건전한 발전을 모색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AI 진료 금지, 의사 실명제 실시···원격의료 관리감독 강화
에서 중국 온라인 헬스케어 기업 3인방인 알리헬스(阿里健康), 징둥헬스(京東健康), 핑안굿닥터(平安好醫生)의 최근 한 달 새 주가 흐름은 처참하다.
알리헬스 주가가 한 달 새 25% 하락한 것을 비롯해 징둥헬스(-13%), 핑안굿닥터(-16%) 등등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안 그래도 올 초부터 중국의 빅테크 규제로 온라인헬스케어 주가가 내리막을 걷던 중이었는데 10월 말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발표한 인터넷진료 관리감독 세칙(초안)’이 주가를 더 끌어내렸다.
초안엔 온라인 플랫폼에 등록된 의료 종사자(의사·간호사·약사 등)에 대한 실명제를 시행해 자격 여부를 검증하고,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함부로 사용하거나, 의사 대신 환자 진료를 볼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흔한 질병이나 만성질환의 재진에 대해서만 원격 진료가 가능하며, 다른 기타 질환에 대해선 초진 혹은 원격진료 상담을 제공할 수 없도록 했다.
온라인 약 처방 전 오프라인 병원에서 환자의 기존 약물 처방 기록도 미리 확인하도록 했다.
이밖에 원격 진료 과정에서 확보한 환자 정보는 오프라인 병원과도 공유하고 정보 관리감독을 엄격히 하도록 했다.
초안은 업계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조만간 시행될 예정으로 알려져 시장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온라인의료 시장 폭발적 성장···인터넷 인구 5명당 1명꼴 이용
이처럼 규제 고삐를 바짝 조인 데는 그만큼 중국 원격 의료시장이 폭증하면서 각종 인터넷병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부작용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해 초 발발한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진료 상담이나 약 처방 등 비대면 진료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국 원격의료 시장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중국 정부도 정책적으로 처방약의 온라인 판매, 온라인 문진, 원격진료 의료보험 적용 등을 통해 원격의료 시장을 지원했다. 이는 매일마다 환자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병원의 환자 진료 부담을 덜 뿐만 아니라, 처방약이나 진료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 의료계는 그동안 '칸빙난, 칸빙구이(看病難, 看病貴)', 즉 아파도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기 어렵고 병원비도 약값도 비싸다는 고질적 문제에 시달려왔다.
중국인터넷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인터넷 의료헬스시장 규모 1961억 위안(약 36조원)으로, 전년 대비 47% 증가했다. 온라인 의료 이용자 수는 2억1500만명으로, 중국 전체 인터넷인구(9억8900만명)의 21.7%를 차지했다. 인터넷 이용자 5명 중 1명이 온라인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얘기다.
예취안푸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병원관리연구소 소장은 지난 8월 중국서 열린 한 온라인 헬스케어 산업 포럼에서 "지난해 제3자 플랫폼의 온라인 진료 상담 건수가 전년보다 20배 넘게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HSBC글로벌은 앞서 3월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중국 온라인 의료시장이 1조 위안(약 187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인터넷병원 '우후죽순'···오진 등 부작용도 속출
하지만 동시에 문제점도 나타났다. 중국 현지 언론을 통해 일부 원격진료 플랫폼의 오진, 의사 확인을 거치지 않은 약처방 등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솟구쳤다. 관영 신화통신도 일부 온라인 플랫폼에서 환자의 과거 병원 진료 기록을 확인하지도 않고 환자가 직접 기재한 정보만 보고 디지털 약처방을 내린다고 비판했다. 6월 말까지, 중국 전국적으로 설립된 인터넷 병원만 1600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신규 설립한 업체만 600곳. 하지만 이 중 실제로 '무용지물'인 곳도 수두룩했다.
중국 증권일보에 따르면 하이난성의 경우 58개 공립병원 산하 온라인병원 중 실제 온라인진료 업무를 보는 곳은 11곳에 불과하다. 이 중 3곳의 진료 인력은 20명도 채 안된다. 대다수 병원 산하 온라인병원은 진료 접수 수단으로만 사용된다. 90%는 사실상 무용지물과 다름없다.
딜로이트도 최근 '중국 인터넷병원' 보고서에서 대다수 병원, 특히 공립 대형(3급) 종합병원은 현재 과부하 운영 중이라, 자사 인터넷 병원에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해 운영 효율성을 높일 여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고령화·디지털화에···2030년 187조원 폭발 성장 기대
중국 양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징둥의 후광을 등에 업은 알리헬스와 징둥헬스는 광범위한 트래픽을 기반으로 그간 빠른 성장세를 구가했다.
의약품 전자상거래 판매가 주요 매출원이었다. 징둥헬스의 올 상반기 매출(136억3800만 위안)에서 의약품·건강보조식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6%가 넘었다. 같은 기간 알리헬스도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의약품 사업이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규제로 주력 사업이었던 온라인 처방약 매출 증가세 둔화가 예상된다. 주요 투자기관들은 이미 온라인 헬스케어 기업 주가 목표치도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알리헬스의 주가 목표치를 70% 깎아내렸다. 기존의 주당 30홍콩달러에서 9홍콩달러까지 단숨에 내린 것이다.
JP모건은 온라인의료에 대한 규제 강화로 온라인 헬스케어 서비스 성장 잠재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분간 모그룹인 알리바바도 성장세가 꺾여 알리헬스에 대한 자원 지원력도 약해질 것이라며 알리헬스의 예상 흑자 전환 시기도 기존보다 1년 늦어진 2024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핑안굿닥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모건스탠리는 단기적으로 핑안굿닥터 매출 증가율이 둔화할 것이라며 지난달 목표 주가치를 기존의 98홍콩달러에서 43홍콩달러로 반토막 수준으로 낮췄다.
그래도 중국 원격진료 시장이 단기적으론 규제 리스크에 맞닥뜨렸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구가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레온 치 다이와캐피털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당국이 온라인 진료 서비스에서 AI 사용을 완전히 금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다만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의료 행위에 제동을 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핑안굿닥터에 대한 투자의견도 '매입'으로 제시하고 목표가도 현재보다 2배 높은 수준인 60홍콩달러로 제시했다.
샬린 류 HSBC 애널리스트도 중국이 급속한 고령화에 맞닥뜨린 가운데 중국 정부는 원격진료가 노인을 돌보고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언급했다며 이는 "정부가 원격진료 시장의 장기적 성장을 지지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전했다.
최근 규제 리스크 속에도 중국 신생 온라인 헬스케어 기업들도 사업 확장을 위한 실탄 확보를 위해 줄줄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증권시보에 따르면 위닥터(微醫·웨이이), 딩당헬스(叮当健康·딩당젠캉), 즈윈헬스(智雲健康), 메드뱅크(思派健康·쓰파이젠캉) 등 여러 인터넷 의료 기업이 올해 홍콩거래소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