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원 아주대 교수(물리학과)는 9일 그동안 자기장에 반응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던 평평띠 전자들이 전자 파동함수의 기하학적 구조를 통해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특히 '틈 교차 베리 연결(cross-gap Berry connection)’이라는 파동함수의 기학학적 특성에 주목해 평평띠(flat band) 거동의 또 다른 방식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고체 파동함수의 기하학적 분석법을 한 단계 발전시킨 성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의 11월 5일자에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팀은 평평띠의 란다우 준위(Landau level)가 자기장의 세기에 비례하며 그 크기가 고체 파동함수의 기하학적 구조의 한 종류인 틈교차 베리 연결에 의해서 결정됨을 증명해내 기존 '평평띠의 전자들은 무한히 큰 유효질량을 가지고 있어 자기장에 반응하기 어렵다'라는 통념을 깨고 전자 파동함수의 기하학적 구조를 통해 자기장과 반응해 거동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평평띠는 고체 물질의 독특한 띠 구조들 중 하나로 모든 전자들의 에너지가 한 값을 가지며 유효질량이 무한하다는 특성을 보인다.
이러한 특성들 때문에 평평띠에서는 초전도 현상 및 자성과 같은 고체의 여러 흥미로운 현상들이 쉽게 발현될 것으로 예측되었고 이에 학계에서 꾸준한 관심을 받아왔으며 뒤틀린 이중층 그래핀에서 평평띠가 발견되면서 최근 주목받는 연구대상이기도 하다.
평평띠는 고체물리학계에서 전통적으로 연구되어온 띠 구조와 매우 상이해 기존의 고체물리 원리들을 적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자기장 하에서의 행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수십 년간 자기장에서 고체 내 전자들의 거동은 온사거(Onsager)의 준고전적 운동방정식을 통해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이 이론은 무한한 질량을 지닌 평평띠에는 적용할 수 없으며, 특히 띠틈에 생성되는 평평띠의 란다우 준위 역시 설명하지 못한다.
이에 공동 연구팀은 평평띠의 전자 파동함수가 가지는 양자역학적 궤도 각운동량이 자기장과 결합하여 에너지를 가질 수 있음에 주목하여 란다우 준위를 설명하고 궤도 각운동량이 파동함수의 기하학적 물리량인 틈교차 베리 연결에 의해 표현됨은 보임으로써 평평띠 란다우 준위의 양자 기하학적 원리를 규명했다.
물리학계에서 ‘파동함수의 기하학적 특성’은 지난 십여 년 동안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로 연구되어 왔으며 지난 2016년에는 이 분야를 연구한 물리학자들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파동함수의 또 다른 기하학적 특성을 나타내는 양인 ‘틈교차 베리 연결’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임준원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틈교차 베리 연결 또한 고체의 물리적 특성에 큰 영향을 끼침을 평평띠 시스템에서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번 연구의 결과는 특히 모든 종류의 고립된 평평띠에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기에 새로운 고체물리의 기하학적 원리를 규명해낸 셈이 된다.
임준원 아주대 교수는 “고체물리학에서 파동함수의 위상학적 구조는 이미 그 중요성이 잘 알려져 있고 많은 연구도 이루어져 왔으나 기하학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이번 연구에서 다룬 틈교차 베리 연결이나 양자 메트릭과 같은 다른 기하학적 개념들이 고체물리학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해야 고체 파동함수의 기하학적 분석법을 완성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