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최근 아주경제신문과 만나 "6개월간의 계도기간 동안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에 책임을 부담시키기보다 질의응답식으로 업계에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면서 금융회사의 애로사항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했다"며 "아직 이르긴 하지만 금소법 관계자들의 소통을 통해 금소법 안착을 위한 준비과정은 마쳤다"고 평가했다.
◆시장 혼란은 ‘현재진행형’…초기 ‘역기능’은 감수해야
올해 상반기 금융권을 뜨겁게 달군 이슈는 ‘금소법’ 시행이다. 지난 9월 금소법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권리는 더 커진 반면, 금융회사의 책임은 늘어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금융소비자는 '청약철회권'이 생겨 대출, 보험, 펀드 등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에 가입한 뒤 일정 기간 내에는 자유롭게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등을 통해 상품에 가입했을 경우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위법계약해지권’도 생겼다.
법안이 시행된 후 시장에서는 적지 않은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회사 창구에서는 ‘설명의무’에 따라 금융상품 가입 시 설명시간이 기존 20~30분에서 1시간으로 늘었으며, 소비자에게 서명받는 서류도 평균 3~4장 이상 늘어났다. 은행 현장 직원들은 금소법 시행으로 인한 업무량 증가, 법률 해석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금소법 제정의 목적은 금융소비자의 권익 향상에 있으나 법 시행 초기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상품 설명이 길어지고 투자상품 판매가 위축되는 등 많은 혼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금융소비자들도 단순한 예·적금 가입 시에도 일일이 한 시간가량 직원의 설명을 들어야 하고, 서명할 곳도 많아 금융상품 가입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졌다며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금소법을 악용하는 사례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청약철회권’이다. 공모주 청약, 주택 매매 등 급전이 필요할 때 대출을 받은 후 14일 이내 청약철회권을 사용해 중도상환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최 교수는 이러한 과정을 금융소비자들이 금소법에 따른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면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모든 법과 제도에는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도 있다. 역기능 때문에 좋은 제도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며 “금소법이 안착돼 가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만약 이것이 금융시장에 큰 악영향을 준다면 이에 대한 해결방법을 찾아보면 된다. 예를 들어 대출 관련 청약철회 기록을 금융사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듯 싶다”고 말했다.
◆“금소법,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 되길”
그렇다면 금소법이 금융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기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최 교수는 “금융당국은 규제와 알 권리 사이에서 진정한 금융소비자를 위한 방향을 잡고 이에 따른 후속조치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소법의 높은 처벌 수위 탓에 펀드 등 투자상품 판매가 위축되면서 오히려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이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금소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 소극적으로 (금융상품을) 판매하기보다는 금소법 영업행위 준수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판매자의 금융상품 유형별 영업행위 준수를 위해 필요한 역량을 정의하고 상품형별 역량 설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를 금융소비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 제고가 필요하며 설명방법, 범위, 정도를 금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평균적인 일반소비자에 맞추는 것보다 개별 금융소비자에 보다 적합하게 마련해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판매책임제 정립’ 역시 고려 사항이다. 최 교수는 “과열 영업경쟁, 소비자불만 등 부작용을 고려해 판매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금소법의 아쉬운 부분으로는 “금소법이 특별법이 아니라는 점”을 꼽았다. 금소법이 일반법적 효력을 가지고 있는 탓에 법률 해석에 있어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특별법’ 효력을 지닌 다른 법안이 우선 적용된다. 금소법이 금융회사 전반에 걸친 금융소비자 보호 내용을 규율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특별법이 금소법과 다른 방식으로 규율하고 있다면 아무런 효력을 발휘할 수 없는 셈이다.
그는 “금소법은 모든 금융상품과 마케팅 활동을 그 속성에 따라 재정비하고 체계화함으로써 현재의 부문별 규제방식으로 인한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형평성 제고를 위해 개별 금융법에 산재해 있는 소비자보호 관련 내용을 통일적으로 규율하는 기본법이 필요하다는 데서 출발했다”며 “그러나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해 다른 법률에서 특별히 정한 경우를 제외하면 금소법은 일반법적 효력을 가지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통일적인 법이 필요해서 제정했는데, 금융소비자보호에 있어 금소법이 먼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입증책임이 금융회사에 있도록 하는 것에서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은 빠지고 설명의무 위반 시에만 입증책임이 전환되게 했다”며 “설명의무뿐 아니라 적합성, 적정성 원칙 위반에 대해서도 고의·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금융상품 판매업자가 부담하도록 해야 금융소비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금융당국이 규제와 알 권리 사이에서 진정한 금융소비자를 위한 방향을 잡고 이에 따른 후속조치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판매자 등이 그동안 정보를 제공해오던 온라인상의 블로그, 유튜브, SNS, 문자 등과 오프라인 전단지, 홍보물도 금소법상 광고에 해당돼 규제 대상이다. 이는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게 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들 정보에 대해서는 판매자가 사전심의를 받고 심의 결과에 따라 온라인상에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심의 과정이 빠르고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정보의 양과 질에 문제가 있어 오히려 금소법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교수 프로필
서울디지털대학교에서 금융교육과 금융소비자보호교육을 하고 있다. 금융발전심의회 금융소비자·서민금융분과 위원과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위원회 활동을 통해 금융산업 발전과 함께 금융소비자보호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금융소비자학회 제11대 회장을 역임했고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15개국 이상의 학자들이 창립한 국제금융소비자학회 이사로 활동하면서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다양한 연구활동도 진행 중이다.△현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현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위원
△현 서민금융진흥원 ESG경영위원회 위원
△현 여신금융협회 규제심의위원회 위원
△현 우정사업본부 우체국보험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