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이 낳은 '비효율 경찰'] <중>계급정년에 승진 위한 자리만 늘어...'도망가는 경찰' 오명

2021-12-09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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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일 상회하는 경찰 수...수사 경찰은 17%불과

수사부서 기피 뚜렷...전문가들 "인센티브 필요" 지적

경찰 기능별 정원 [출처='2020 경찰통계연보']

<편집자 주>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에 이은 ‘서울 신변보호 여성 사망 사건’까지 잇따른 현장 부실 대응에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불똥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까지 튀었다. 내년 1월 1일이면 검경 수사권을 조정한 지 1년이 된다. 하지만 기본적인 현장 대응조차 제대로 못하는 경찰 현실에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아주경제는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수사 비효율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권한은 강화됐지만, 오히려 ‘현행범을 보고 놀라 도망가는 경찰’ , ‘도움을 요청한 시민도 찾지 못하는 경찰’이라는 오명만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인력임에도 수사 기능 경찰이 적은 비효율적인 조직 구조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미‧영‧일 상회하는 경찰 수...수사 경찰은 17%불과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인구 10만명 당 경찰관 수는 227명이다. 미국(206명), 일본(202명), 영국(190명) 등 주요 선진국들을 상회하는 규모다. 2020년 기준으로도 경찰공무원 정원은 12만6227명에 달한다. 인구 10만명 당 경찰관 수는 244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경찰 규모에 비해 수사 기능 경찰관 규모는 빈약하다. 2020년 기준 수사 기능 경찰관은 2만1970명으로 전체의 17%에 불과하다.

특히 조직이 불필요하게 복잡하기 때문에 수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은 경찰관의 기능을 △경무 △정보통신 △생활안전 △수사 △교통 △경비 △정보 △보안 △외사 △감사 △홍보 △지구대(파출소) △기타 총 13가지로 분류한다. 경찰청은 청장을 중심으로 1차장 1본부 9국 10관 32과 22담당관 1팀으로 구성된다. 경찰청 산하엔 18개 시·도 경찰청이 존재한다.
 
비효율적이고 복잡한 조직 구조의 원인으로 11개에 달하는 계급 수와 계급 정년이 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경찰에게 계급 정년은 생계와 직결된다. 승진을 하지 못하면 조직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이에 승진을 위해 불필요한 자리들이 만들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인사권자가 주로 내근직에 있다보니 내근직에 인재가 쏠리는 현상까지 벌어졌다”며 “예산과 행정, 지원 업무 등은 일부 민간에 이양하고 조직과 계급을 단순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치안 수요에 맞게 경찰 인력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방청별 총 범죄 건수는 지난해 기준 경기남부(30만1422건), 서울(29만6178건), 부산(11만3652건), 경남(9만7998건), 경기북부(9만2804건) 순이다. 하지만 지방청별 경찰관 1인당 담당 인구를 살펴보면 서울(327명), 전남(334명), 제주(343명), 강원(352명), 전북(360명) 순이다. 경기남부청의 경우 범죄 건수가 가장 많음에도, 경찰관 1인당 담당 인구가 559명에 달해 모든 지방청 중 가장 많았다.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공무원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구체적으로 어느 지방청을 줄이고 늘리라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인력 조정은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일선 경찰 수사부서 기피 뚜렷
 
일선 경찰들이 수사부서를 기피하는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종결권을 손에 쥐었지만 정작 수사 업무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면서 고경력직들이 수사부서에서 나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 최근 경찰청은 수사경과자격 해제를 단행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수사부서에 근무하지 않는 수사경과자들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자진 해제 신청을 받고 있다. 해제심사위원회를 열어 해제 대상자를 확정하기로 했다.
 
수사경과자란 수사·형사·사이버·여청 등 수사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경찰은 수사관 자격관리제도 등을 통한 수사관들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수사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일선 경찰들은 교대 근무로 인한 급여 상승을 기대하며 지구대와 파출소로의 전출을 더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구대와 파출소가 수사부서보다 시간 외 수당 등으로 임금도 더 높고 근무시간도 정해져 있어 승진 시험 공부에도 유리한 점 등 유인이 많다”며 “수사관을 간부화 시켜 자부심을 북돋아 주고, 전문성을 쌓으면 그에 맞는 승진과 수당 등을 보장해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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