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불화수소 생산기업인 램테크놀러지에 대한 가짜 보도자료를 배포한 주체가 유료 리딩방 운영자로 드러난 것은 이메일 주소 때문이다.
29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해당 유료 리딩방 운영자는 지난 2020년 11월부터 램테크놀러지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당시 리딩방 운영자는 유튜브 채널에 '반도체 국산화시대!! 반도체 관련주 투자전략!!' 영상을 게재하며 램테크놀러지가 불화수소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이라고 간단히 소개했다.
해당 리딩방 운영자가 램테크놀러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투자를 추천한 시기는 올해 5월부터다. 5월 28일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영상에는 램테크놀러지에 대해 '불화수소 왕자', '반도체 소재 국산화 선두기업'이라고 집중 소개했다. 이어 31일에 올린 영상에는 램테크놀러지가 추진 중이던 충남 당진 소재 석문국가산업단지 신공장 건축에 대해 "환상적인 결과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유료 리딩방 운영자가 램테크놀러지에 대한 투자를 추천하기 시작한 이후 신공장 건설이 좀처럼 진행되지 않자 리딩방 운영자는 올해 8월 기자들에게 제보 메일을 보냈다. 제보 메일에는 유료 리딩방 운영자의 이름과 연락처, 메일주소가 첨부됐다. 제보 내용은 당진시가 반도체 소재 국산화를 위해 정부가 특별히 지원하는 기업인 램테크놀러지의 석문국가산업단지 입주는 반대하고, 일본 전범기업인 다이킨공업의 신공장 건설은 허가해줬다는 것으로 일부 매체를 통해 기사화됐다.
이후에도 특정 금액을 지불해야 입장할 수 있는 오픈채팅방과 유튜브 유료 멤버십 회원들에게 램테크놀러지 매수를 지속적으로 추천했다.
문제가 된 것은 올해 11월 들어서 보인 행보다. 리딩방 운영자는 지난 11월 18일과 19일에 유료 리딩방 멤버십 가입자에게 램테크놀러지에 대한 자료를 하나씩 배포하며 주식 매수를 추천했다. 그리고 22일 기자들에게 램테크놀러지와 IR대행사를 사칭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회원들에게 배포된 자료와 기자들에게 배포된 자료는 제목과 내용이 같다. 차이라면 회원들에게는 본인의 이름으로 배포했지만, 기자들에게는 램테크놀러지의 대표이사 및 회사 연락처, 홈페이지 주소 등을 기재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본인이 유사투자자문업체라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보도자료 문의 관련 이메일 주소는 지난 8월 기자들에게 제보한 이메일 주소, 유튜브 채널에 소개한 리딩방 멤버십 가입 메일주소 등과 모두 같았다. 단순히 이메일이 같을 뿐만 아니라 해당 이메일을 사용하는 리딩방 운영자가 회원들에게 공지한 자료가 이후 회사를 사칭해 배포된 자료의 내용과 같다는 점은 결정적인 증거다. 특히 이곳은 금융당국에 유사투자자문업체로 신고하고 운영 중인 곳으로 지금까지의 행적이 유튜브를 통해 유료 리딩방을 홍보해온 운영자 측이 가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증거가 된 셈이다.
가짜 보도자료를 배포한 22일 램테크놀러지가 상한가로 거래를 마치자 리딩방 운영자는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 게시판에 상한가 기록을 축하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램테크놀러지와 홍보대행사가 해당 보도자료에 대해 공식적으로 작성·배포한 자료가 아니라고 밝힌 23일 주가는 16.65% 하락 마감했다. 그러나 공식 입장이 나오기 전 김홍달 램테크놀러지 부사장이 보유 주식을 2거래일에 걸쳐 상한가에 모두 매각했다는 사실이 공시되자 리딩방 운영자는 투자 의견은 보류로 전격 수정한다는 글을 올렸다.
'램테크놀러지에 대한 집중 투자 의견을 철회하고 소극적 투자만 임할 것을 전략으로 제시드린다'고 한 유료 리딩방 운영자는 이후에도 다른 종목을 추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