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새 인사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실리콘밸리식(式)’의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연공서열을 타파, 젊은 경영진을 조기에 육성할 수 있는 ‘삼성형 패스트 트랙’을 이 부회장이 5년간 고심 끝에 완성한 것으로 재계는 평가한다.
5년 전인 2016년 5월 이 부회장은 한국식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직급을 없애고 CL(Career Level) 1~4로 4단계 직급 체계를 도입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직급별 승격 절차를 타파했다. 또한 임원 직급도 부사장, 전무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합해 직급 단계를 축소했다.
앞서 삼성에서는 40대 임원이 특정사업부 수장을 맡아 사장에 오른 적은 있지만, CEO로 발탁된 사례는 전무하다. 진대제, 황창규 전 사장도 CEO는 아니었다. 지난 2018년 노태문 사장이 만 50세에 IT·모바일(IM) 부문 무선사업부장으로 임명돼 역대 최연소 기록을 세웠지만 그 역시 CEO는 아니었다.
◆절대평가 늘리고 임직원 협업 위한 ‘피어 리뷰’ 시범 도입
직원 고과평가에서 절대평가 비율도 늘어난다. 고성과자 10%를 제외하고 나머지 90%도 성과에 따라 누구나 상위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조치다. 또 부서장 1명에 의한 기존 평가 프로세스를 보완하고 임직원 간 협업을 장려하기 위한 ‘피어(Peer) 리뷰’도 시범 도입한다. 이는 동료 간 평가가 핵심인데, 일각에서 제기된 ‘경쟁 심화, 상호 불신’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등급 대신 협업 기여도를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내년부터 일부 조직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한 뒤 임직원 의견을 수렴·보완해 2023년부터 공식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또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사내 인트라넷에 직원들의 직급이나 사번을 삭제하기로 했다. 매년 3월에 하던 공식 승격자 발표도 하지 않는다. 사내에서는 ‘상호 존댓말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아울러 우수한 고령 인재가 정년 이후에도 지속 근무할 수 있는 ‘시니어 트랙’도 도입한다.
◆5년 근무시 다른 부서 이동…공유 오피스에서 근무
인재제일 철학에 따라 다양한 업무 기회도 제공한다. ‘사내 FA(Free-Agent) 제도’를 도입해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에게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또 국내 및 해외법인의 젊은 우수인력을 선발해 일정기간 상호 교환근무 하는 ‘STEP(Samsung Talent Exchange Program) 제도’를 신규 도입한다.
육아휴직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최소화 하기 위한 ‘육아휴직 리보딩 프로그램’을 마련, 복직 시 연착륙을 지원할 예정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도록 주요 거점에 공유 오피스를 설치하고, 카페·도서관형 사내 자율근무존을 마련하는 등 ‘워크 프롬 애니웨어(Work From Anywhere)’ 정책도 도입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제도 혁신을 통해 임직원들이 업무에 더욱 자율적으로 몰입할 수 있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미래지향적 조직 문화가 구축될 것”이라며 “향후에도 100년 기업 도약을 위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직원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인사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