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총괄선대위원장 합류를 사실상 거부했다. 선대위 구성을 놓고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던 윤 후보가 전당대회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윤 후보가 구상했던 김종인-김병준-김한길 삼김(三金) 체제도 재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 이상 정치 문제에 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내 일상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윤석열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 김 전 위원장은 “내가 어떤 상황에서 대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여러 차례 얘기했다”며 “그걸 잘 음미하시면 내가 왜 이런 결심을 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인선’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른바 ‘삼김 체제’에 부정적이다. 윤 후보가 비서실장으로 장제원 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또한 탐탁잖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금태섭 전 의원 등 중도 외연 확장이 가능한 인물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고 실무형 선대위를 꾸리는 방안을 구상한 바 있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당내 세력 관계를 둘러싼 알력 다툼이 있다. 윤 후보가 중용하고 있는 권성동 사무총장이나 장제원 의원의 경우 옛 친이계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지난 지방선거 참패 이후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세워 당권을 장악했지만, 이후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대표가 선출되며 당권에서 멀어졌다. 이번 전당대회에선 윤 후보 선출을 이끌어 낸 이들이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카드로 김종인 전 위원장 견제에 나선 것.
‘친박’이 사실상 와해된 상황에서 ‘친이’를 주류로 한 ‘친윤계’와 김종인 전 위원장, 이준석 대표 등 당 개혁 세력이 맞서는 형국이다. 권력의 균형을 원하는 윤 후보는 어느 한쪽이 ‘전권’을 갖고 가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윤 후보 측은 “김종인 전 위원장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출구는 없다”고 했다.
장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의 거취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저는 오늘 윤 후보 곁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윤석열의 무대에서 윤석열 외에 어떤 인물도 한낱 조연일 뿐”이라며 “방해가 돼서도, 주목을 받으려 해서도 거래를 하려 해서도 결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후보님 마음껏 인재를 등용하시고 원톱이 되셔서 전권을 행사하라”고 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을 직격하는 내용이다.
두 사람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비우고 상임선대위원장과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로 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김종인 전 위원장 주변에선 윤 후보가 중도 외연 확장을 포기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두 사람이 풀어야 할 일”이라며 “중간에서 누구도 역할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