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결제보다 모바일·비대면 결제가 보편화된 시대, 조만간 종이로 만든 지폐 대신 이른바 ‘디지털화폐(CBDC)’가 우리 일상 속에 자리를 잡게 될까. 한국은행이 CBDC 도입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인 가운데 도입에 따른 기대효과와 부작용 등을 둘러싼 공론화가 본격화됐다.
18일 한국은행은 이날 오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주요이슈 및 중앙은행의 과제’라는 주제로 2021년 지급결제제도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CBDC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화를 디지털화한 것으로, 최근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이슈와 함께 글로벌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CBDC 도입 효과에 대해 중앙은행 공신력을 바탕으로 한 편리하고 안전한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봤다. 이른바 '현금없는 사회'에서 소매지급결제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신용미비로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없는 사람도 CBDC를 통해 안정적인 지급결제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비은행 민간 경제주체를 대상으로 국공채를 매입하고 CBDC를 발행하는 등 새로운 통화정책 역할을 한다는 점, 최근 디지털 환경의 변화로 인해 우려되는 독·과점 및 개인정보보호 이슈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CBDC 도입에 따른 기존 은행 역할 위축과 함께 잠재적 금융불안 발생 가능성도 제기됐다. 현금과 1대 1 교환이 가능한 소매용 CBDC의 경우 신규 발행에 따른 실물화폐 회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CBDC가 은행 예금을 대체할수록 은행의 자금 중개 및 통화창출 기능이 약화될 여지가 커진다. 이에 은행은 예금금리에 높은 이자를 부여해 수익성 저하로 연결되고, 고위험대출 확대에 따른 고위험·고수익 자산운용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CBDC 도입에도 은행의 역할 및 기능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스웨덴 등의 사례를 고려하면 중앙은행이 은행을 통해 CBDC를 배포하면 은행에서 국민들이 현금을 CBDC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2단계 체제(two-tier system)’로 도입해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을 약화시키지 않는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CBDC가 은행 예금을 대체하는 정도에 따라 은행의 역할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CBDC의 익명성을 제한적으로 보장하고 이자 지급도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 국한하거나 은행 예금을 기존보다 높이는 방식 등을 통해 CBDC가 은행 예금을 대체하는 정도는 당초 우려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국내외에서의 CBDC 도입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기존 금융시스템에 줄 수 있는 충격이 큰 데다, 보안성 이슈 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은도 CBDC 도입 시기를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개회사에 나선 배준석 부총재보는 “CBDC는 여태껏 선례가 없는 전인미답의 영역인 만큼 그 영향을 사전에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도입이 결정되는 시점에 차질 없이 발행에 나설 수 있도록 기술적 토대와 제반 준비를 철저히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