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년 6월 완료를 목표로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을 진행 중인 가운데 CBDC 도입과 관련해 구체적인 도입 시점을 단언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한은은 다만 국가 간 지급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도입 가능성을 세심하게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배준석 한은 부총재보는 18일 한은이 개최한 지급결제제도 컨퍼런스(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관련 주요 이슈 및 중앙은행의 과제) 개회사를 통해 "우리나라 디지털경제로의 전환 속도가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른 가운데 다양한 민간 민간 디지털 화폐가 출연할 수 있어 그에 따른 화폐 제도 영향에 대한 점검과 대응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와함께 특정 민간 영리기업에 개인 거래내역과 같은 민감정보가 집중되는 현상은 상업적 이용 등 개인정보보호 이슈와 더불어 데이터 사일로(silo)화를 통해 혁신을 저해하고 독과점을 심화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중앙은행으로서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한은은 연구 결과 도출과는 별개로 CBDC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배 부총재보는 "이처럼 여러 요인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의 역할과 대응이 긴요하며, CBDC를 포함한 다양한 정책수단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현 시점에서 CBDC 구체적인 도입시기를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향후 CBDC 도입이 결정되는 시점에 차질없이 발행에 나설 수 있도록 기술적 토대 구축과 제반 준비 업무를 철저히 수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 한은은 오프라인 결제 등 확장기능에 대한 기술적 구현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CBDC 모의실험을 진행 중으로, 해당 연구를 기반으로 내년 중 CBDC 종합보고서를 발간한다는 계획이다.
배 부총재보는 이와더불어 민간부문 참여와 협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CBDC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개인, 기업, 중개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면 CBDC는 성공할 수 없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설계 및 도입 과정에서 민간 부문의 참여와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