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칭화유니 인수설 또 '대두'... 인수전서 승기 잡나
알리바바가 중국 반도체 선봉장으로 불렸던 칭화유니(紫光, 중국명·쯔광) 그룹을 인수하려는 것도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려는 일환이다. 칭화유니의 인수 후보 중 알리바바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또 나왔다.
17일 블룸버그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알리바바가 저장성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와 함께 결성한 컨소시엄을 통해 칭화유니를 인수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르면 내달 최종 인수자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현재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만약 알리바바가 칭화유니를 인수하면 그동안 '빅테크 때리기'로 껄끄러웠던 중국 정부와 관계도 개선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인수 일정, 거래 규모, 최종 구매자에 대한 세부사항 등은 여전히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칭화유니 측도 아직은 알리바바 인수설과 관련해 묵묵부답이라고 중국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30조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못 이겨 파산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간 칭화유니는 지난 7월 전략 투자자 유치 공고를 내고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앞서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알리바바를 비롯한 베이징전자홀딩스, 우시산업발전그룹 등 전략 투자자 신청 후보들이 500억∼600억 위안(약 9조~11조원) 선에서 칭화유니를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타진했다고 전한 바 있다.
칭화유니는 칭화대가 51% 지분을 보유한 반도체 설계·제조사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중신궈지(SMIC)와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업체다. 지난해 6월 기준 칭화유니는 약 310억 달러(약 37조원)의 채무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알리바바의 반도체 야심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업체가 주업이지만 최근 반도체 국산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18년 중국 유일의 임베디드형 중앙처리장치(CPU) 업체인 중톈웨이(中天微, C-SKY)를 인수해, 핑터우거(平頭哥)라는 반도체 부문을 설립했다.이후 잇달아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칩을 선보이고 있다. 알리바바는 반도체 부문은 설립 1년 만에 자체적으로 처음 개발한 '한광(含光) 800'이라는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칩을 공개했다. 한광800은 머신러닝(기계학습) 작업에 특화했으며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향상하는 데 일조했다.
또 한광800는 올해 중국 최대 쇼핑의 날인 11·11 광군제(光棍節)에서 생산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데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군제 기간 동안 한광 800는 알리바바 전자상거래업체 타오바오의 검색 기능 알고리즘 효율성을 2배 이상 개선해 에너지 비용을 58% 감소시켰다.
지난 10월 핑터우거는 클라우드 서버에 활용이 가능한 '이텐(倚天) 710' 반도체 칩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5나노(nm) 공정을 적용한 이텐 710은 128개 코어를 탑재해 기존의 칩보다 성능을 20% 높였고, 에너지 효율성은 50% 넘게 끌어올렸다.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의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개발한 것으로, 칩 제조 및 생산에 알리바바가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다.
알리바바가 반도체 분야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건 중국 국가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중국 당국은 2025년까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 최근엔 인터넷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전기차 배터리나 반도체, 통신장비 등 첨단 제조업에는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