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반도체 제조설비 반입 안돼"<로이터>

2021-11-1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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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중국 소재 공장에 대해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설비 반입 계획을 가로막고 나섰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개량 계획이 무산할 위기에 처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는 해당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SK하이닉스의 중국 생산공장 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배치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장비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설비로, 네덜란드 반도체 설비 제조업체 ASML이 한정적으로 생산해 독점 공급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임 대통령 모두 자국의 기술·지적재산권·부품이 포함한 첨단 설비의 중국 반입을 반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군사력 강화에 악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 미국 당국은 SMIC와 화웨이, ZTC 등을 일방적으로 제재하며 반도체 산업과 관련한 일체의 기술이 중국에 유입하지 못하도록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로이터는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CEO)·사장이 지난 7월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당시에도 미국 관료들에게 ASML의 설비의 중국 공장 반입 불가 방침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고 당시 동행한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전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 [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미국 백악관 측은 로이터에 해당 문제를 승인할지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논평을 하지 않았으며, SK하이닉스는 "다양한 시장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다"면서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문제 없이 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네덜란드 ASML은 이 문제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미국 행정부의 방침을 거스를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ASML 대변인은 로이터에서 "회사는 모든 수출통제법과 (자사의 생산물을) 국가 안보를 보장하는 '유효한 도구'로 보는 (미국) 정부의 시각을 준수한다"면서도 "과도한 (수출) 통제는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 급증을 따라잡으려는 반도체 업계의 생산 역량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보도가 가리키는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개량 계획은 회사가 중국 동부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에 조성하려는 반도체 산업단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06년 중국 우시시에 D램 생산공장인 'C2'를 완공·가동했다. 지난 2019년 4월에는 9500억원을 투입해 기존의 C2 공장을 개량한 'C2F 공장'을 준공해 생산 역량을 두 배로 확장하기도 했다. 

이후 차세대 반도체 경쟁이 심화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에는 약 3700억원을 공동 출자해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세운 상태다. 회사가 차세대 반도체로 낙점한 10나노급 4세대(1a) 모바일 D램의 생산 역량을 증대하기 위해서다. 해당 제품은 올해 7월 양산에 돌입했다. 

그러나, 해당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EUV 공정이 필수적이다. EUV 공정은 나노(㎚·1㎚=10억분의 1m) 수준의 선폭에 초미세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이다. 

반도체는 회로 선폭이 좁을수록 저전력·고효율 칩을 만들 수 있는데, 회로를 좁힐수록 반도체 칩 크기도 줄어 웨이퍼(기판) 하나당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반도체 제품과 공정이 고도화할수록 더 미세한 수준의 회로 공정 기술이 필요하다. 

해당 공정에 필요한 EUV 장비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독점 공급하는데, 이는 현재 한 해 생산량이 수십대 단위에 불과하다. 설비 제조에 20주 이상이 소요하며 대당 가격 역시 2000억원가량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경쟁사에 비해 해당 장비 확보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10대·15대를, 대만 TSMC는 올해에만 30대를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SK하이닉스는 2019년부터 EUV 장비를 매년 1대씩만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현재 SK하이닉스에서 차세대 D램의 생산 비중이 높지 않아 문제는 없었지만, 향후 2~3년 안에 해당 제품의 비중이 늘어난다면 EUV 장비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삼성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경쟁사는 (중국과 같이) 수출 제한이 직면한 지역에 소재한 공장에서 ASML의 EUV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로이터는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의 D램 생산량의 전체 회사 생산량의 절반을, 국제 공급량에서는 전체의 15%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의 반대를 몇 년 안에 해결하지 못한다면 향후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망은 밝지 않다. 미국 행정부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장비 반입 시도를 중국 기업의 시도와 동일하게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의 반도체 조사 전문기관인 VLSI리서치의 댄 허치슨 최고경영자(CEO)는 "SK하이닉스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려운 지점에 끼어있다"면서 "중국에 EUV 장비를 반입한다면 누가 됐더라도 중국 당국에 역량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설비가 일단 중국에 반입되고 나면, 그 이후에는 무슨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면서 "일단 중국은 이를 가지고 자신들의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미국 행정부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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