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위기를 맞은 집권여당이 이해찬 전 대표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등판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이른바 '투톱'의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합류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양 전 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대선에는 밖에서 필요한 일을 돕고 후보에게 조언이나 자문은 하되 선대위에 참여하거나 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밝히며 선대위 등판설을 일축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양 전 원장은 지난 2017년 19대 장미 대선 당시 선대위 부실장을 맡아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이후 어떤 공직도 맡지 않았던 양 전 원장은 지난해 4·15 총선 때 당의 선거 전략과 정책 수립을 총괄, 초유의 180석 거여(巨與)의 탄생을 주도했다.
여당 내 대표적 책사로 통하는 양 전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당과 선대위에 쓴소리를 쏟아내며 이 후보 승리를 응원했다.
양 전 원장은 먼저 "이 후보만 죽어라 뛰고 있다. 책임 있는 자리를 맡은 분들이 벌써 마음속으로 다음 대선, 다음 대표나 원내대표, 광역 단체장 자리를 계산에 두고 일하는 것"이라며 "과거 한나라당이 천막당사 하던 마음으로 후보가 당내 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할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또 여당 선대위에 국무위원을 제외한 163명의 의원 모두가 참여한 데 대해 "희한한 구조"라고 혹평한 뒤 "권한과 책임이 다 모호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매머드급으로 출범한 여당 선대위에 대해 위기 속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양 전 원장은 "지금처럼 후보 개인기로만 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후보를 중심으로 한 컨트롤 타워 역할이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서도 선대위 내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대선이 초유의 0선 후보 대결로 치러지는 데 대해서는 "여의도 주류정치 출신이 철저히 배격당한 것"이라고 진단, "고질적인 이념적 진영논리, 극단적인 타도와 증오와 대결의 정치문화를 극복하지 않는 한 성공하는 정부와 성공하는 대통령이 나오기 점점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 전 원장은 이 후보의 시급한 과제로 중도층 확보를 꼽고 "모든 대선에서 관건은 중도확장 싸움"이라며 "현재 우리 쪽 의제와 이슈는 전혀 중도층 확보전략이라 보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의 대표 원로인 이 전 대표가 컨트롤 타워 역할의 적임자로 재차 주목받는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대위에 등판할 것으로 보이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맞수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정치권에서는 당초 이날 오후 이 전 대표가 다른 당 원로들과 함께 이 후보와의 차담을 진행하고 구원투수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권혁기 민주당 공보부단장은 "오늘 만날 계획은 없다"면서도 추후 회동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