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5% 시대인데 '금리상한형' 초라한 실적…소비자만 피눈물

2021-11-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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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요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5%대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가운데서도 금리상한형 주담대가 여전히 초라한 성적표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 대출자들의 상환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지난 7월 시중은행을 통해 내놓은 금융상품인데, 금리가 급등하는 와중에도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한 것이다. 당국이 만들어 놓은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 보니 하루가 멀다하고 높아지는 대출금리에 속수무책인 차주들만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5일 기준 금리상한형 주담대 가입 실적은 40건(63억7600만원)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은행은 한 자릿수 실적을 기록하고 있었으며, 일부 은행은 단 한건도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다.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기 대비책으로 만든 정책금융 제도 중 하나다. 이 상품은 금리상승폭을 연간 0.75%포인트 또는 5년간 2%포인트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시 말해 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이자부담이 연 0.75%포인트 이상, 5년간 2%포인트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한 것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이날부터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를 △국민은행 연 3.58~4.78% △우리은행 연 3.44~3.95% △농협은행 3.63~3.93%로 책정한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주담대 금리는 1%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이에 따라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은 월 19만원, 연 232만원가량 커졌다.

이런 상황인데도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이유는 은행권 대출금리가 '지표금리(대출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되는 구조와 연관이 있다. 상품 가입자가 이득을 보려면 지표금리가 올라야 하는데 현재 금리 상승세는 지표금리가 아닌 은행에 재량권이 있는 가산금리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상품은 최대 연 0.75%포인트의 금리 상한에 특약 가입 조건인 0.15~0.2%포인트 금리를 더하면 차주 입장에서 최대 약 0.95%포인트 금리 상승을 예상해야 하는 구조다. 즉, 시중금리가 1%포인트 이상 올라가야 가입한 차주가 수혜를 보는 구조인데 이 정도의 시중금리 상승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씩 오른다고 가정해도 1년에 3~4번이 올라야 1%포인트가 올라가는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 변동금리 주담대의 지표금리로 주로 활용되는 10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신규 취급액 기준 1.29%로, 지난 8월(1.02%) 대비 0.27%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같은 기간 대출 금리는 1% 후반까지 올랐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가산금리를 지속해서 올리는 탓이다.

때문에 최근 은행권이 가산금리를 이용해 폭리 수준의 이득을 취한다는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막다른 길에 몰리자 금리 인상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청원도 등장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산금리는 물론 지표금리 상승으로 주담대가 6%대까지는 올라야 차주들이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품이라 수요가 별로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선 "은행의 주요 소득이 예대마진이기 때문에 당국이 총량을 묶어두고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면 은행은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가산금리 인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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