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헝다발 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가운데, 중국 부동산 기업의 돈줄을 묶어 놓은 '세 가지 레드라인(三道紅線)'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유기업까지 나서서 당국에 레드라인 완화를 촉구했다. 규제 완화 기대감에 10일 중국 부동산기업 주가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레드라인 "너무 빡빡"···국유기업, 中당국에 규제 완화 호소
10일 중국 차이롄서(財聯社)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일부 국유기업은 부동산 당국에 유동성 위기를 겪는 부동산 기업을 인수하려면 레드라인에 걸릴까 봐 힘든 상황이라며 당국에 규제를 일부 풀어줄 것을 호소했다.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맞추면 연간 부채를 전년 대비 15%까지 늘릴 수 있지만, 한두 가지라도 충족시키지 못하면 연간 부채는 5~10%밖에 늘릴 수 없도록 했다. 세 가지 레드라인을 모두 준수하지 못한 기업은 부채를 줄여야 함은 물론, 토지 매입도 제한해 사실상 옴짝달싹 못하게 됐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중국 부동산회사 톱 30 중 3분의 2가 세가지 레드라인 중 최소 1개를 위반하고 있다고 집계했다. 돈줄이 막힌 부동산 업계에 디폴트(채무불이행), 파산이 속출하는 등 최근 중국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게 된 배경이다.
레드라인 풀리면···헝다 부동산 매각도 한층 수월해질 듯
이로 인해 자금력이 튼튼한 국유기업조차 빚더미 부동산 기업을 인수할 경우엔 레드라인을 건드릴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디폴트 리스크가 고조된 중국 부동산재벌 헝다가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려고 해도 좀처럼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또 다른 중국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 자자오예도 최근 "현금흐름이 너무 빠듯해 투자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국유기업에 제발 투자해 달라고 읍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화이우(鄭懷武) 중국 은허롄창증권 부동산 연구 책임자는 홍콩 명보를 통해 세 가지 레드라인이 일부 풀리면 부동산 업계엔 호재라고 했다.
그는 최근 대형 국유기업들도 부채가 늘어날까봐 민영 부동산기업 부동산 자산 인수를 거절하고 있는 상황인데, 만약 국유기업이 인수합병으로 단기 부채가 급증해도 '특별히' 세 가지 레드라인 지표에 넣지 않는다면, 헝다, 자자오예 등 유동성 위기를 겪는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가 완커 등과 같은 국유 부동산 기업의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규제 완화 신호 잇단 '포착'에···부동산株 강세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중국 당국이 부동산 규제를 풀려는 움직임은 여럿 포착됐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기관투자자 협회인 중국은행간신용교역상협회(NAFMII)는 9일 부동산 기업 대표들과 좌담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일부 부동산 기업의 은행간 장외채권시장에서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논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실제로 이대로 시행된다면 은행 등 기관투자자들도 채권 투자 등 방식으로 부동산 기업에 자금을 수혈해 줌으로써 부동산 기업의 자금 숨통을 트일 수 있게 됐다.
중국 부동산 업계에 잇단 규제 완화 신호가 포착되면서 10일 홍콩 주식시장에서 중국 본토 부동산 기업 주가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홍콩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디폴트 위기 속에서도 중국헝다 주가가 3% 이상 올랐으며, 스마오(16.9%), 아오위안(15.7%), 룽촹(14.9%), 허징타이푸(11%), 야쥐러(10.9%), 룽신(9.7%), 젠예부동산(9.2%) 등 부동산 기업 주가가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