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전문가에 묻다-②환경] 이동근 삼정KPMG 파트너

2021-11-1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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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 삼정KPMG 전무 [사진=삼정KPMG 제공]

"인수합병(M&A) 자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뢰다. 컨설팅 업무 특성상 믿음을 심어줄 수 없다면 어떤 지식을 제공하더라도 의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평소 팀원들에게도 고객과 거래 상대방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지난 5일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GFC) 사무실에서 만난 이동근 삼정KPMG 전무는 성공적인 M&A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며 이 같은 소신을 밝혔다. 그는 지난 2006년 삼정KPMG에 합류한 이후 15년 이상 에너지·환경·자원개발 분야 자문을 맡아왔다. 증권사 시절을 합치면 근 20년 이상 자본시장의 변화를 지켜보고 업계 트렌드를 선도해왔다.

오랜 기간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 전무는 "자문 과정에서 고객이든 거래 상대방이든 진심을 다해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일정 수준의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M&A 분야의 특성상 굳건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문사는 투자은행(IB)이나 증권사처럼 자본을 내놓는 투자사가 아니라 전문적 지식을 제공하는 '프로페셔널 펌'"이라며 "늘 고객의 생각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해답을 제시하고, 그 과정을 반복해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2차전지 소재 '에코프로비엠' 투자유치 ··· 협업 문화로 최적 솔루션 제시

2016년 있었던 에코프로의 투자 유치 과정은 이 전무의 이같은 업무 철학이 잘 드러나는 사례다. 당시 에코프로는 2차전지 소재 시장 선점을 위해 대규모 자금 유치가 필요했다. 다만 중소기업 수준이던 기업 규모와 신용도로 인해 회사채 발행이 어려웠고, 지분 구조상 유상증자도 선택지가 될 수 없었다. 이 전무는 "2010년 초 불었던 2차전지 붐이 꺾이며 에코프로도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 역시 지금은 내연기관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지만 당시만 해도 실현 가능성에 논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방안으로 2차전지 소재 사업부를 물적분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는 사업부 분할에 이은 IPO로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종종 눈에 띄지만, 2016년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방식이다. 이후 물적분할을 거쳐 설립된 에코프로비엠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으로부터 600억원의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사업이 궤도에 오른 2019년에는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며 재차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었다.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연간 매출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가총액도 10조원을 돌파하며 코스닥 시장 선두권에 위치해 있다.

고객사에게 최선의 해답을 찾아주기 위한 노력은 삼정KPMG의 협업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이 전무는 "삼정KPMG와 다른 회사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원활한 협업을 통한 해답 도출"이라며 "고객사가 원하는 투자 건이나 매물을 찾기 위해서는 다른 팀의 전문가와 함께 일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삼정KPMG가 신설한 경영승계 전문팀 역시 협업 구조에서 비롯됐다. 세금 문제와 연관될 수 없는 가업 승계 문제를 회계법인의 전문 세무팀이 자문하고, 자문 인력이 협업해 필요한 경우엔 M&A를 선택지로 제시하는 서비스다.

"에너지 전환에 앞서 사회적 합의 필요"

에너지와 환경 분야는 각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은 물론, 건립 후보지의 주민들과의 의견 조율 등으로 인해 노하우가 필요한 산업이다. 발전소나 폐기물 처리시설 등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한 시설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도 높다. 이 전무는 산업 특성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한 에너지·환경 환경 분야 M&A에서 규모 있는 딜을 다수 성사시키며 대표적인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향후 에너지 시장 전망에 대해 발전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원자력 발전과 석탄 화력발전이 전력의 근간을 떠받치는 기저발전 역할을 해왔던 상황에서 어떤 에너지원을 통해 필요 에너지를 조달할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전무는 “탄소중립과 이산화탄소 배출 최소화 등으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어려워지며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확대 생산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 역시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동근 전무와의 일문일답이다.

에너지·환경 산업의 특징을 말해달라.

-에너지 환경 산업은 크게 세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대부분 장치산업에 속한다는 점이다. 대규모의 자금이 투입되어야 하며, 특히 발전 산업 같은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조 단위의 대단위 자금이 소요되는 특성이 있다.

두 번째는 제도적, 정책적 이슈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년간의 에너지산업 변화를 보면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글로벌 에너지 트렌드에 따라 움직여왔다. 어느 순간엔 원자력 중심의 발전이 이뤄지다가 LNG발전이 부상했고,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런 트렌드와 정부 정책방향에 따라서 시대마다 어느 분야의 에너지에 좀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지 달라진다.

세 번째는 진입장벽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에너지와 환경 산업은 어떻게 보면 전체 산업의 가장 근본이 되는 기간 인프라 시설에 속한다. 그런 반면 시설이 위치한 지역과 주민 입장에서는 반대하는 기피시설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발전소나 폐기물 관련 시설을 만들 때는 계획에서 시공, 실제 건설 완료까지 적어도 5년,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게 된다.

에너지와 환경 산업은 산업 전반과 관련된 필수적인 인프라에 해당하지만, 그만큼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산업이다. 정부 정책과 주변 민원의 조율 등이 필요하다. 또 대규모 장치산업의 특성상 투자할 수 있는 자본력 등이 중요한 요소들이 된다.

앞으로 에너지 시장 트렌드는 무엇이 될 것이라고 보는가?

-중요한 건 전체 전력원의 비중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의 문제다. 과거에는 원전이나 석탄 화력발전이 전체 필요 전력의 근간을 떠받치는 기저발전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탄소중립의 필요성 증대와 이산화탄소 배출 최소화 움직임 때문에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이 어렵다. 나머지 수요는 국내외 트렌드에 따라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엔 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비용에 대해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미 말했듯이 에너지시설은 올해 계획해서 내년에 건설을 완료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 적어도 5년의 기간이 필요한데 정책 방향성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또 이용자 입장에서 요금 변화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에너지 요금이 폭등할 가능성은?

-글로벌 트렌드는 이미 3~4년 전부터 바뀌었다. 해외 인프라펀드나 주요 은행들은 석탄화력과 관련된 기업에는 투자와 대출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한국도 작년부터는 그런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성 자체는 맞다. 신재생에너지가 전체 전력 구성에서 일정 부분을 차지할 때까지 어떤 에너지 정책을 가져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얼마만큼의 속도와 어느 정도의 비율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는 사회적 조건에 따라 다를 것이다.

가장 보람 있었던 투자유치는 무엇인가?

-2차전지 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의 자금조달 사례다. 에코프로그룹의 이동채 회장님이 과거 공인회계사 시절 삼정KPMG에서 일했다. 그 인연으로 2013년도 즈음부터 투자유치를 위해 함께 일하게 됐다. 당시 2010년 초 불었던 2차전지 붐이 꺾이면서 에코프로 역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현재 코스닥에 상장되어 있는 에코프로비엠이 당시 다른 사업부 내에 속해 있었다. 이 사업부를 물적분할해서 자금을 조달하자는 아이디어를 회사 측에 제시했고, 2015년부터 1년 6개월가량 이 작업을 진행했다. 지금은 누구도 2차전지 산업의 성장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지만, 당시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성장성은 인정했지만 '숫자'에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당시 투자 유치를 위해 30군데 이상의 투자자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선(先) 투자 필요성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2차전지 소재 산업의 태동기였기 때문에 주문을 받고 공장을 건립할 수 없었다. 또한 전기차 시장이 지금은 내연기관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지만 당시만 해도 실현 가능성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투자자들에게 이런 부분들을 설득하고, 회사의 기술적 경쟁력과 비전을 설명하는 과정이 상당히 어려웠다. 다행히 당시 참여한 투자자들은 산업 이해도가 높았고, 긍정적 전망을 가지고 있어 자금 조달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매수·매도 과정에서 밸류에이션 차이가 나는 것이 당연하다. 이때 조율과 절충점을 찾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지.

-제일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신뢰다. 저희 비즈니스는 지식을 제공하는 서비스지만, 지식이란 것도 신뢰가 없으면 의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M&A 업무를 진행할 때는 같은 편이든 반대편이든 진심을 담아 설명을 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구조로 딜을 진행한다면 본인의 경제적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잘 설명하는 것이다.

사실 무슨 맛집 비법처럼 특정한 비결은 따로 없는 것 같다. M&A 과정에서는 항상 일정 수준의 정보 비대칭성이 있다. 반대편에 있는 회사라도 저희 쪽 상황을 잘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뢰를 쌓고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나. 

-이 부분은 평소 직원들에게도 자주 이야기한다. 가장 첫 번째는 일을 잘해주는 것이다. 고객들의 생각보다 한발 더 나아가 고민하고 해답을 내놓으면, 설령 그게 고객의 의견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정답일 수 있다. 시간이 지나서 저희가 제시한 해답이 맞았다면 고객의 신뢰도 높아진다.

두 번째는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사모펀드, 대기업 고객사들이 많으니 최근 주요 산업의 트렌드와 변화상 등을 만나서 설명을 드리는 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투자나 사업 아이디어 역시 같이 해볼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결국 저희 고객들의 목적은 회사를 잘 사고파는 것이다. 이런 목적을 생각하고 평소 관계를 이어가는 게 장기적으로 중요하다.

삼정KPMG 재무자문(Deal Advisory) 부문의 특징과 장점을 말해달라.

-전문성과 협업이다. 먼저 일반 증권사 등과 다른 점은 저희는 지식을 제공하는 프로페셔널 펌이라는 것이다. 기업 고객도 이제는 M&A에 관한 노하우가 굉장히 많다. 차별화를 위해서는 우리가 잘하는 분야를 만들어야 한다. 삼정KMPG는 골프장, 물류센터 등 각 섹터별로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많다.

다른 회계법인들과 차이점은 협업이라고 본다. 내부적으로 경쟁도 이뤄지지만 큰 틀에서는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협업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M&A부문은 사실 중매쟁이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적절한 매물이 없다면 협업을 통해 투자처를 소개하는 것이 고객을 위한 일이다. 제가 속한 DA 4본부는 M&A와 함께 기업개선(RS), 실사(TS), 부동산 등으로 나뉘어 있다. 고객이 부동산이나 물류센터를 찾는다면 그 분야 전문가에게 연결해 드리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경영승계 관련 전문팀을 꾸린 것도 그 일환이다. 중견기업의 가업승계는 세금 문제와 연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회계법인이 강점을 갖고 있다. 필요한 경우에는 승계 대신 M&A라는 선택지도 드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올해 출범한 M&A센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KPMG 내에 있는 7개 DA 본부 고객들이 찾는 매물을 센터를 통해 공유해 소개해 드리는 역할이다. 실제로 이런 점 때문에 사모펀드뿐만 아니라 중견기업 쪽에서도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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