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플법 드라이브] “급하게 가다 체한다”··· 벤처·스타트업, 성급한 추진에 우려 가중

2021-11-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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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플법 개정안 '우려 덩어리'…"충분한 시간 갖고 논의돼야"

인터넷업계 "입법목적과 달리 군소기업들만 피해볼 것"

[사진=연합뉴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사진=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공]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추진 속도를 두고 정부와 IT·스타트업 업계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공정위는 플랫폼 시장 안정화를 위해 온플법 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업계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법안이 가져올 법적·경제적 효과를 고려해 속도 조절과 세부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현재 온플법은 ‘거대 플랫폼은 나쁘다'는 전제하에 규제를 주도하는 것이라, 이대로 추진될 경우 업계에 엄청난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법안 추진에 속도를 내기보다는 플랫폼 시장을 이해하고, 충분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선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주요 선진국의 규제를 그대로 반영해 온플법을 기획한 것도 문제라고 평가했다. 그는 “유럽이나 일본은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특정 플랫폼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지만 국내는 다수 업체가 동등한 지위에서 상호 경쟁하는 관계”라며 “이러한 시장 특성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3개월 만에 졸속으로 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짚었다.

선진국에서도 플랫폼 규제 논의는 활발하다. 미국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이 별도로 존재하진 않지만 최근 관련 법안을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무더기로 승인했다. 법안은 △빅테크 기업이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만들어 자사 플랫폼에서 저렴하게 파는 행위 금지 △검색 결과에서 자사 서비스를 우선 노출하는 행위 금지 등이 핵심이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시장법’으로 플랫폼 기업을 제재하고 있다. 디지털시장법은 불공정 관행을 금지하고 인수나 합병 계획을 당국에 알리도록 규정한다. 일본은 특정 대형 플랫폼을 대상으로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국내 온플법은 EU 등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그러나 ‘구글·아마존·애플’로 대표되는 미국 플랫폼이 장악한 이들 시장과 토종 플랫폼이 건재한 국내 시장은 상황이 달라 같은 방식으로 갈 수 없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온플법이 네이버·쿠팡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보다 중소 입점업체·스타트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온플법이 강행됐을 경우 네이버와 쿠팡 등 거대 플랫폼 기업은 규제를 받지 않기 위해 문제가 되는 영세 기업과는 교류하지 않으려 하고, 그로 인해 군소기업의 시장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일할 기회마저 잃게 될 것”이라며 “입법 목적과 달리 결과적으로 플랫폼 시장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저해시키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을 막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 교수는 또 온플법의 필수 규제 사항인 ‘알고리즘 공개’ 역시 국내 플랫폼 시장의 역성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플랫폼 기업에 알고리즘을 공개하라는 것은, 상품 판매자에게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과 같은 의미”라며 “영업기밀과도 같은 알고리즘을 공개하게 된다면, 결국 국내 플랫폼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 것은 물론 국내 인터넷업계,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중소상공인의 해외 플랫폼 종속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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