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노동조합이 사측의 소비자금융 청산(단계적 폐지)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씨티그룹의 조급함이 매각 실패를 불렀다며 청산 대신 단계적 재매각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금융당국에 대해서도 엄격한 심사를 통한 '역할론'을 강조했다.
26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는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조는 하국씨티은행의 무책임한 소비자금융 졸속 청산 결정을 결사 반대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파업을 비롯한 총력 투쟁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2일 오후 4시 씨티은행 노사는 은행 매각 추진을 위한 '희망퇴직 시행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어 한 시간 만인 이날 오후 5시 씨티은행 이사회가 소비자금융 청산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진 위원장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내하면서까지 직장을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었으나 경영진은 무책임하게도 합의 직후 청산을 결정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이번 매각 실패의 원인으로 씨티그룹의 조급함과 한번에 손을 터는 손쉬운 매각 방식을 들었다. 씨티은행이 지난 4월 매각 결정 이전인 2월 언론을 통해 한국 철수를 발표하면서 인수의향자와의 협상력에서도 열위에 섰고 매각 추진 방식에 있어서도 기존 은행업과 카드업 라이선스가 있는 곳에 '일괄 매각'을 추진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노조는 지금이라도 단계적 철수 대신 단계적 매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매각방안과 관련해서는 우리금융의 '희망수량 경쟁 입찰'과 콜롬비아씨티 사례를 제시했다. 진 위원장은 "씨티브랜드와 일부 지분을 5년 간 유지하면서 나머지 지분을 수십 곳에 나눠 매각하는 우리금융 방식으로 재매각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그게 아니라면 향후 금융산업 여전이 개선될때까지 매각을 유보하고 이후 재매각을 추진하는 콜롬비아씨티 사례도 있다"고 언급했다.
노조는 씨티은행 철수 선언에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금융당국을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노조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모호한 입장을 나타냈던 고승범 금융위원장 발언과 관련해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청산은 명백한 금융위 인가대상"이라며 "이것이 인가대상이 아니라면 대한민국 모든 은행은 본인들 마은대로 지점을 폐쇄하거나 대출, 예금, 카드 등 지지부진한 사업을 마음대로 폐지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단체는 이어 "이번 청산이 묵인된다면 역사는 '외국계은행'의 일방 철수에 무릎꿇은 대한민국 금융당국으로 기억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금융의 마지막 보루이자 자존심인 금융위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엄격하게 심사해 대한민국 금융주권을 수호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