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엔화, 바닥은 어디까지?…무역적자도 큰폭 증가

2021-10-2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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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약세가 심상치 않다.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는 가운데,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4년 내 최하로 떨어졌다. 2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의 가치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오전 달러당 엔화에 가치는 한때 1.69엔 수준까지 떨어졌었다. 이후 1.50엔 사이를 횡보했지만, 엔·달러 환율은 2017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일찍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에 기반해 미국 장기금리가 상승하면서, 미-일 금리 차 확대를 의식한 엔 매도·달러 매수가 우세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일본 주가가 상승하면서, 안전자산인 엔화의 매도가 늘어난 것도 엔 약세에 힘을 실었다.

엔화 약세는 일본 경제에는 당분간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9월 무역통계 속보치에 따르면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 수지는 6228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은 시장 예상치인 5192억 엔을 크게 웃돌았다. 자동차 수출이 많이 감소하는 가운데, 원유 등 자원 가격 상승으로 무역 적자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이하 현지시간) 외환 트레이더들은 에너지 수입이 많은 일본에 최근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일본의 수입 업자들이 이전보다 더 많은 엔화를 팔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런 흐름이 엔화 약세의 배경이라고 투자자들은 보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일본은행(BOJ)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한 것도 통화 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로 신흥국뿐만 아니라 선진국들도 일제히 금리 인상을 하고 나서고 있어, 일본과 다른 국가들의 금리 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내년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고,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간극이 지금보다 더 벌어질 경우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16엔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아타나시오스 밤바키디스 G10 포렉스 전략 책임자는 "일본은행이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동안 연준은 내년에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외 지역에서 수익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자들에게 엔화를 매도하고 타지역에 투자를 하도록 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FT 역시 지적했다. 일본 내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른 국가에 비해 비교적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경향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처럼 엔화 약세가 계속되는 것은 일본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안그래도 원자재 가격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엔화 약세는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엔화 약세에 대한 당국의 구두 경고가 나올 수 있다고 보았다.

한편. 일부 투자자들은 엔화 하락이 도를 넘었다고 보고 있다. 노이버거 베르만의 글로벌 통화부문 책임자인 우고 란치오니는 "최근 트레이더들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이익을 찾고 있는 과정에서 패닉 매도를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란치오니는 만약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일본 투자자들이 위험한 해외 자산을 매각하고 현금을 국내로 가져올 경우 엔화의 가치는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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