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사모펀드(PEF) 업계 혼란도 커지고 있다. PEF에 출자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의 범위가 협소한 것은 물론 일부 신설 요건의 경우 의미가 불명확해 펀드 설립을 앞둔 일부 운용사들은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향후 '라임사태'가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업계와의 보다 긴밀한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는 21일 시행을 앞둔 개정 자본시장법은 '목적'에 따라 운영됐던 사모펀드를 '투자자' 기준으로 다시 분류하는 것이 골자다.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으로 구분되던 사모펀드 제도를 일반투자자와 기관투자자 전용 펀드로 새롭게 구분했다. 과거 라임·옵티머스 사태 당시 제대로 상품을 이해하지 못한 채 사모펀드에 자금을 넣은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컸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이번 제도 개선의 경우 기관과 일반투자자 판매 채널을 분리하고, 일반투자자 대상 펀드에 대해서는 설명 의무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사모펀드 성격에 맞는 방향성을 가졌다는 평가다. 미국 등 사모펀드 시장이 발달한 국가의 경우 일반투자자는 금융 지식과 보유 자산이 충분한 투자자(Accredited Investors)에 한해 적합성 평가(Suitability Test)를 거쳐 사모펀드 가입이 가능하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의 원칙이 법에 규정되어 있으나 과거 규제 완화 등으로 적합성 평가 면제가 가능했다.
문제는 PEF에 출자 가능한 상장사 요건인 금융자산(금융투자잔고)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보유 금융자산에 현금이 포함되는지 여부, 기준 금액인 100억원이 '평잔'(평균잔액)인지 '말잔'(말기 잔액)인지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규정이 없어 모호한 상황이다. 금융당국 역시 이에 대한 유권해석은 내리지 않은 채 제도 변경 이후 펀드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답변을 준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된 사전질의응답 역시 따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
당초 개정안의 기금과 공제회에 대한 요건 역시 협소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법률에 따라 설립된 기금이나 공제회만 출자가 가능하다고 규정했기 때문에 법률에 설립 근거가 없는 기존 출자자들은 투자 자격을 잃게 된다. 비상장사의 출자를 막은 것 역시 벤처캐피털(VC) 등의 PEF 운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 대상을 일부 확대하기로 한 상태다.
시행 직전까지 잡음이 일며 금융당국이 보다 신중하게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라임사태의 경우 모(母) 펀드에 투자하는 다수의 자(子) 펀드를 활용해 사모펀드 규제를 무력화하는 등 제도의 사각지대가 편법 창구로 이용되며 피해 규모가 커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도 설계나 규제 완화 과정에서 신중했다면 라임사태와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사모펀드와 관련된 또 다른 혼란을 피하려면 이번 제도 개선도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