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 속에 파산설이 나도는 중국 부동산재벌 헝다그룹에 대해 그간 침묵을 지켜왔던 중국 당국이 입을 열었다.
17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인 해외망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금융시장국 쩌우란(鄒瀾) 국장은 지난 15일 3분기 금융 통계데이터 발표회에서 헝다그룹 위기에 대해 "헝다 문제가 금융업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통제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6월 말 기준 헝다그룹의 총자산은 2조 위안을 넘고, 이 중 부동산 개발프로젝트가 전체의 60% 정도이며, 1000여개의 독자 설립된 자회사와 연관이 있다"고 전했다. 결국 헝다가 맹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다가 경영 및 재무구조가 악화돼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고 했다.
쩌우 국장은 헝다의 총부채가 금융업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헝다의 총부채 가운데 금융부채는 3분의1이 안 되고, 채권자도 비교적 분산돼 있다. 개별 금융기관의 위험은 크지 않다"면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 위험이 금융업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통제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은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쩌우 국장은 "현재 관련 기관과 지방정부는 시장화·법치화 원칙에 따라 위험 해소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헝다에 자산을 처분하고 조속히 공사를 재개해 소비자들을 보호하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금융기관들도 공사 재개를 위한 금융지원을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35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짊어진 채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진 헝다는 디폴트 위기에 직면해 있다. 벌써 세 차례나 달러 채권 이자 지급을 유예하면서 디폴트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헝다그룹은 지난달 23일에 2022년 3월 만기 달러 채권의 이자 8350만 달러(약 988억원) 지불을 유예했고, 지난 4일과 지난 11일에도 상환 만기가 도래한 달러채도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헝다그룹이 부채 상환을 위해 홍콩 본사 건물을 매각하려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사면초가에 빠지게 됐다. 애초 중국 국영기업 웨슈부동산(越秀地産)이 헝다그룹 홍콩 본사 건물을 17억 달러(약 2조원)에 매입하려고 했으나 잠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계획을 철회했다. 단일 자산으론 최고 가치를 보유한 건물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려 했던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