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런 호조세와는 정반대로 중국 수출 업체들은 신음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원자재가격과 운임료에 생산 중단까지 고려 중이다. 수출의 최전선에서 현지 상황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제조 기업들은 중국 수출이 이미 정점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전문가들 역시 중국이 상승하는 운임료 문제와 전력난 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중국 수출은 물론 글로벌 공급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운임료 상승에 중국 수출 제조업체, 최근 두 달간 해외 주문 급감
“매년 5월에서 10월까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야 하는데, 올해는 성수기가 없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수출 업체들은 천정부지로 뛰는 원자재 가격에 운임료 급등세까지 겹치며 몸살을 앓고 있다.
실제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 시황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8일 기준 4647.60을 기록했다. 2주 만에 다시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자, 지난해 최저점 대비 400% 이상 뛴 것이다. 이로 인해 제품 운임 비용은 물론 원자재 운임 비용이 늘었다.
하는 수 없이 수출업체들이 수출단가를 올리자, 중국 제품 가격 경쟁력이 하락했다. 일부 해외 수입 업체들이 중국산 제품 구매를 줄이기 시작한 이유다.
북미와 호주로 보드게임 등을 수출하고 있는 광둥성 둥관(東莞) 소재 장난감 업체의 영업 담당자는 “지난 두 달 동안 많은 고객이 주문을 취소했다”며 “심지어 주문량은 코로나19 사태 영향이 컸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더 감소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런데 수출 업체들의 어려운 상황과는 정반대로 최근 중국 수출지표는 양호했다. 9월과 8월 달러 기준 중국의 수출액 증가율은 각각 25.6%, 28.1%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9월 수출액은 3057억4000만 달러(약 365조원)로 올해 최고 수준이다. 크리스마스용품 선주문의 효과다.
중정성 핑안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앞서 “수출, 수입 업체들 모두 물류 대란에 대한 우려로 올해 크리스마스 용품을 미리 주문했고, 이는 몇 달 간 중국 월간 수출 지표에 표면적인 효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력난, 운임비용 상승 문제,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 줄 수도"
그러나 전망은 좋지 않다. 최근 두 달간의 주문 감소세가 내달부터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중국 수출 업체들은 이미 수출이 정점을 찍은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지난달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에서 신규수주와 신규수출주문지수는 각각 49.3과 46.2로 기준선 50 이하인 위축국면을 나타냈다. 특히 신규수출주문지수는 6개월 연속 위축세를 기록했다.
중정성 핑안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운임 비용 상승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중국이 최근 개혁 개방 이후 최악의 전력난을 겪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이미 다수 제조업체들이 전력 공급을 문제로 공장 가동 시간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했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9월 수출 물량에 전력난 이슈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본격적인 영향은 재고 물량이 줄어드는 4분기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박 교수는 “곧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전력난 문제가 빠르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며 “여기에 운임 비용 상승,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겹쳐지면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올해 중국의 수출 지표 호조는 코로나19 특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아직 방역 물자가 수출 상승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률이 상승한다면 적어도 내년 1분기 이후에는 수출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