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기승] 대형 브로커까지 등장 보험사기 규모 커진다

2021-10-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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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적발액 매년 급증세…올해 1조원 넘을 수도

금융당국이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을 시행했지만,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수법도 점차 다양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허위입원의 경우 한방병원과 사무장병원 등 대규모 기업형 의료광고 브로커 조직도 처음으로 적발되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보험영업 경쟁이 격화되면서 보험설계사가 가담하는 보험사기도 대폭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 올해 보험사기 적발액 1조원 달할 듯
#병원장 A씨는 입원이 필요없는 환자에게 "고액의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허위 입원과 수술을 권유한 뒤, 허위진단서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70억원 상당을 편취했다. 이 병원의 가짜환자 110명은 실제 입원사실이 없는데도 병원차트에서만 입원환자인 것처럼 처리하는 방법으로 민영보험금 60억원을 부당 수령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 직원의 가족 등이 허위 입원하면서 가짜환자를 알선·연결하는 등 브로커 행위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의원 B원장은 브로커들과 실손보험에 가입된 사람들을 대거 끌어모아 사기행각을 벌이다 검거됐다. 브로커들은 "공진단을 무료로 처방받게 해주겠다"며 실손보험에 가입된 사람들을 모아 해당 한의원에 알선해 줬다. 범죄 수익은 한의원과 브로커가 7대 3으로 나눴다. 이 한의원에서 '공진단'을 처방받고 보험사기에 가담한 가짜 환자는 8곳 보험사에 653명에 이르며 처방된 공진단 가격은 16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매년 보험사기 적발 건수와 금액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8986억원, 적발인원은 9만8826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 보험사기 적발액 규모는 2018년 7982억원, 2019년 8809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는 증가세를 감안할 때 올해 보험사기 적발액은 9000억원을 넘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건강보험공단·보험협회 등과 '공·민영보험 공동조사 협의회'를 꾸려 조사한 결과 지난해 25개 의료기관에서 총 233억원의 보험사기를 적발하기도 했다.

보험사기에 연루된 의료기관은 모두 25곳이었다.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 사기와 연관된 병원이 14곳으로 가장 많았다. 적발금액은 158억원으로 68%를 차지했다. 보험사기 유형별로는 치료병명과 치료내용 등을 조작해 보험금을 허위로 청구하는 '사고내용조작'이 152억원(65.1%)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허위입원(73억원), 허위진단(7억원) 순이었다.

대규모 기업형 의료광고 브로커 조직도 처음으로 적발됐다. 브로커 조직은 '의료광고법인'을 설립하고 전국 각지에 본부를 둬 다단계 방식으로 운영했다. 브로커들은 주로 대리점 소속 전·현직 보험설계사였다. 이들은 안과·성형·산부인과·한의원 등 다수 병·의원과 홍보 대행계약으로 가장한 환자알선 계약을 맺고 수수료를 챙겼다.

◇ 보험영업 경쟁 격화…보험사기 내몰리는 설계사

최근 보험설계사가 급증하면서 보험사기 등 설계사의 불법행위가 잇달아 적발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새 일자리를 얻지 못한 인구가 보험설계사로 유입되면서 보험영업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한화손해보험,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소속 설계사들이 보험사기가 적발 제재를 부과했다.

삼성화재의 전 보험설계사는 지난 2017년 10월 입원 첫날 물리치료만 받고 다른 치료를 받지 않았음에도 광주 소재 병원에서 2주간 입원치료를 받은 것처럼 입·퇴원 확인서를 발급받아 제출했다. 이 설계사는 이런 방식으로 보험사 두 곳으로부터 보험금 143만을 챙겼다.

한화손보에서는 전 소속 설계사가 2018년 6월 11~25일 기간 중 실제 입원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모 한방병원에서 가짜 입원확인서와 진료비 영수증 등을 발급받아 제출하는 방식으로 3개 보험사로부터 376만원의 보험금을 받아냈다. 현대해상 전직 설계사는 지난 2015년 12월부터 2017년 4월까지 본인의 고객이 보험금 청구를 하면서 교부한 입·퇴원 증명서, 진단서 등의 내용을 포토샵을 이용해 친인척이나 지인의 인적사항으로 수정한 뒤 위조된 서류와 함께 보험금 청구서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총 21회에 걸쳐 보험금 1억4700만원을 수령했다. 이 밖에도 올해에만 보험사기로 금감원에 적발된 보험설계사는 10명이 훌쩍 넘는다.

최근 보험 설계사의 보험사기 적발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의 보험사기 적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모집종사자(보험설계사)의 보험사기 적발 건수는 1408건으로 2년 새 12.6% 급증했다.

이처럼 보험설계사의 보험사기가 급증하고 있는 데는 설계사 급증과 비대면 채널 확대로 설계사의 보험영업 경쟁이 격화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생명·손해보험 설계사는 28만5499명으로 1년 전(27만7918명)보다 7000명 이상 늘었다. 2010년 이후 꾸준하게 감소하던 보험설계사 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9년 6월 말 26만9213명까지 떨어졌던 보험설계사 수는 이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보험설계사 수는 늘었지만, 설계사의 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가 8개 생보사의 1500명 이상 설계사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1차 유행기(2020년 2월) 직후인 지난해 3월, 4월, 5월의 생명보험 전속설계사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6.8%, 4.9%, 6.3% 감소했다. 대면영업 환경 악화에 따른 보험계약 체결 건수 감소가 설계사의 월평균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설계사 소득이 감소한 지난해 3~5월 중 1인당 계약체결 건수는 1년 전보다 크게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3월 전속설계사 1인당 계약체결 건수는 3.84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9.3% 급감했다. 지난해 4월과 5월 전속설계사 1인당 계약체결 건수는 각각 3.04건, 3.06건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9%, 17.8% 감소했다.

보험사의 대면 채널 비중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손보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16개 손보사의 대면채널의 원수보험료는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20조6376억3200만원을 기록했다. 비대면채널인 사이버마케팅(CM)채널의 원수보험료가 같은 기간 23.3% 급증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체 원수보험료 중 대면채널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1분기 90%에서 올해 1분기 85.3%로 5%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법 시행 당시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보험사기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보험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과 규제도 유기적이고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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