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는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 올 8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월보다 0.3%, 전년 동월보다는 3.6% 상승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였던 전월대비 0.2%, 전년동월대비 3.5% 상승을 웃돈 것이다. 특히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이 두 달 연속 3.6%를 유지하는 것은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이는 지난 1991년 5월 이후 3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인플레
연준과 미국 정부 모두 인플레는 일시적인 현상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 타격이 빨리 회복되지 않고, 운송 대란까지 이어지면서 물가는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속 가전과 가구 등에 대한 수요는 폭발했지만, 공급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물가를 밀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리서치 회사인 매크로폴리시의 로라 로즈나-워버튼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도 여전히 인플레이션 환경이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물가상승은 매우 큰 충격인 만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임금도 오르고만 있지만, 물가상승의 속도를 충분히 따라잡지는 못해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침체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로즈나-워버튼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실제 자동차 생산 정상화가 연기되면서 중고차 가격이 다시 치솟고 있으며, 원유, 목화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아 기업들의 실적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심상치 않은 가격의 움직임은 시장의 우려를 더 하고 있다. 9월 들어 조정을 받았던 뉴욕증시의 약세가 몇 개월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인플레이션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소비자 심리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는 쪽으로 기울면서 물가상승세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연준이 섣불리 긴축에 나설 수는 없다. 코로나19 이후 일자리를 잃은 이들 중 아직 수백만 명이 실직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인프라 법을 비롯해 대규모 재정 지출 정책 법안 2가지를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지만, 공화당에서는 최근 인플레이션 수치를 제시하며 정부의 정책이 인플레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바이든의 대규모 재정지출은 장기적으로 공급망 압력을 완화하며, 경제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경우 정부의 이런 주장도 힘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 해소 언제쯤?
이처럼 인플레 압력 장기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시장에서는 과연 언제쯤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화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류회사인 플렉스포트의 필 레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NYT에 내년 여름 공급망 문제가 완화되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항만 적체 현상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 약화는 더욱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보았다.
레비 이코노미스트는 "항구 적체 현상이 심화하고 있으며, 트럭 운전사마저 부족한 상황이다"라면서 "1년 전만 해도 인플레는 단기간에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이제 일시적이라는 해석은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 전망에 더욱 힘이 쏠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플레이션 상승을 위해 노력했던 중앙은행들은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미국 연준을 비롯한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낮은 인플레와 씨름하며 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플레 장기화 조짐으로 중앙은행들도 대비에 나서기 시작했다. 연준은 11월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리서치 회사인 인플레이션 인사이트의 설립자인 오메어 샤리프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내년 중반에는 정상적인 수준으로 내려올 수 있다고 보았지만, 공급망 문제 해결에는 앞서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보았다. 샤리프는 "우리 세계 공급망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