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은 하세월"…하이엔드 적용한 리모델링 사업 노림수 될까

2021-10-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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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조합 설립 단지 85개…지난해 말보다 60%↑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재건축 시장이 주춤하자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리모델링 사업으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건설사들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세워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4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8월 기준 전국에서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마친 아파트는 총 85개 단지(6만4340가구)다.
2020년 12월 54개 단지(4만551가구)였던 것과 비교하면 8개월 만에 60%가량 늘어났다. 추진위원회 설립 후 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지난해 17조3000억원에서 2025년에는 37조원, 2030년에는 4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아파트 골조를 유지하면서 평면을 앞뒤로 늘려 면적을 키우고, 층수를 올려 가구수를 늘리는 정비사업 방식이다.

재건축은 지은 지 30년이 넘어야 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은 15년 이상이면 된다. 안전진단도 최하인 E등급을 받아야 가능한 재건축과는 달리 리모델링은 B등급부터 허용된다.

재건축보다 사업 기간이 짧고 개발이익 환수나 기부채납 등 규제에서도 자유로워 1990년대 전후로 지어진 용적률 200%대 중층 아파트를 중심으로 사업 추진 논의가 활발하다.

과거에는 주차장 지하화나 구조 변경 같은 주거 환경 개선이 리모델링 목적으로 꼽혔지만, 최근엔 리모델링을 통한 부동산 가치 제고가 더 큰 관심사가 됐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 사이에서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요 사업장 못지않게 리모델링 시장의 존재감이 커지자, 건설사들은 서울 강남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에만 적용됐던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세워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이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리모델링에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제안하며 눈길을 끌었고, 롯데건설 역시 이촌동 현대맨션에 '르엘'을 적용했다. 공사비만 봤을 때 '대어급'은 아니지만, 건설사들은 고급 주거지로 꼽히는 이촌동에서 리모델링을 수주해 타지역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건설도 지난 8월 부산 남구 용호동 LG메트로시티 리모델링 사업지에 '푸르지오 써밋'을 적은 현수막을 내걸고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곳은 2001~2004년 준공된 지하 2층~지상 25층, 80개동, 7374가구의 대형 단지로, 가구수를 고려하면 역대 리모델링 사업 중 가장 큰 규모로 꼽힌다.

다만, 기존 골조를 남겨둔 채 건축해야 하는 리모델링의 특성상 가치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 기존 구조물을 활용해 평면을 구성하기 때문에 선호 주택형과 달라질 수 있고, 천장 높이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리모델링이 재건축 대안으로 급부상한 만큼 향후 재건축 규제가 풀리면 리모델링 사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재건축 단지는 초과이익환수제라는 강력한 허들이 있어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면서도 "재건축과 비교하면 리모델링은 완벽한 신축이라고 보긴 어려워 지역별로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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