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원펜타스'와 송파구 '잠실진주' 재건축 조합은 최근 올해 하반기 분양하려던 계획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래미안 원펜타스는 총 641가구에 일반분양 263가구, 잠실진주 재건축은 총 2636가구에 일반분양 564가구 규모의 단지다. 일반분양 물량은 많지 않지만, 전용 85㎡ 초과 물량의 절반이 추첨제 물량으로 배정돼 가점이 낮은 무주택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서초구 '디에이치방배'(방배5구역 재건축, 3080가구·일반분양 1686가구)와 '신반포 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재건축, 3329가구·일반분양 236가구), 강남구 '청담르엘'(청담삼익 재건축, 1261가구·일반분양 176가구)도 내년에야 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강남권 조합들이 잇따라 분양을 연기하는 이유는 그간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조합원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분양이 연기되면 사업비가 추가로 들지만, 정부 기조에 따라 수익률이 갈리는 만큼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정을 미루더라도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다면 굳이 분양을 서두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 심의기준을 완화하면서 사업장에 따라 분양가를 더 높이 책정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며 "그간 분양가가 너무 낮아서 사업 추진이 더뎠던 단지들은 이번 개선 결과를 기점으로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공급 가뭄'이다. 대기수요가 많았던 '재건축 대어'들의 분양이 미뤄지면서 부동산 시장 과열 현상은 지속되는 양상이다.
둔촌주공을 제외한 다섯 곳의 총 가구수는 1만 가구가 넘는다. 일반분양 물량도 3000가구 수준이다.
이들 단지는 강남권에서도 입지가 우수한 곳이라 대기 수요가 많은 단지로 꼽힌다. 분양 일정 연기는 결국 수도권 아파트 공급 지연을 초래해 청약 수요 과열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전세시장 불안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4분기 서울의 입주 물량(임대 포함)은 5491가구로, 3분기(8023가구)보다 32% 줄어든다.
서울은 서초구, 동작구 등 재건축 단지의 이주수요로 전세 물량이 크게 줄었다. 최근에는 학군 수요에 가을 이사철 수요까지 겹치며 전세난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의 아파트 분양 물량이 쪼그라들면서 심각한 '공급 가뭄'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간 매매가격이 꾸준히 상승했고 이에 후행해 전세가격도 상승하고 있는 만큼 당장 가을 전세난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