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보신탕집, 역사 속으로 사라질까

2021-09-2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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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개 식용 금지 시동 걸자…동물단체 '환영'·육견업계 '반발'

"먹을 자유 vs 지킬 권리"…사회적 합의는 제자리걸음

동물단체·육견업계, 의견 엇갈리지만 지원 방안엔 한목소리

개 식용 금지 촉구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개고기 식용 금지 검토를 지시하면서 개고기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 동물단체는 문 대통령 발언에 환영의 뜻을 내비쳤지만, 육견단체는 매년 줄고 있는 개고기 소비량이 더 쪼그라들진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먹을 자유와 지킬 권리가 매번 충돌하고 있어 사회적 합의부터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27일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며 개고기 식용 반대 측에 힘을 실었다. 3년 전 청와대가 '개를 가축에서 제외해달라'는 국민청원에 내놓은 답변보다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 현행법상 개는 소와 돼지처럼 가축으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개가 가축에서 제외되면 식용 목적으로 개를 기르는 사육 농가는 불법화된다. 이에 보신탕도 자연스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식용으로 도살되기 직전 구조된 유기견을 기르는 등 동물 복지에 관심이 많은 문 대통령의 소신이 묻어나온 발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이재명 경기지사 페이스북]

문 대통령의 개고기 식용 금지 발언에 여야 대선주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날 페이스북에 "당연한 조치에 크게 환영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에게 개 식용은 사회적인 폭력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한목소리를 냈다.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는 연합뉴스를 통해 "애견인으로서 개 식용을 당연히 반대하고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개고기 식용금지 법제화 시동 걸었지만…동물단체 vs 육견업계 엇갈린 반응
문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개고기 식용 금지 법제화에 시동이 걸렸지만, 동물단체와 육견업계가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어 추진 속도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 의식 변화에 따른 결과라는 반응과 먹을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반응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동물보호단체는 개고기 식용 금지 검토가 반갑다는 입장이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는 "과거 개 식용 종식 주장에 '전통문화를 존중하라'는 반론이 주를 이었지만, 최근엔 그런 반론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개 식용을 동물 학대로 보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번 문 대통령 발언도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500만 반려인 연대 및 동물단체 회원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개·고양이 등 식용 반대, 동물보호법 개정법률의 빠른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육견단체는 반려견과 식용견을 따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환로 전국육견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식용견은 35~80㎏ 수준의 도사 잡종견으로, 반려견과 품종이 다르고 사육 방법도 다르다"고 했다. 다시 말해 식용견과 반려견은 철저히 구분돼 있다는 얘기다. 조 사무총장은 "돼지고기를 얻을 목적으로 돼지를 기르듯, 개고기를 얻을 목적으로 개를 기르는 것이다. 국민이 먹고 싶은 걸 선택해 먹을 자유도 있다"고 반박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고기 식용 금지에 앞서 사회적 합의부터 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회적 합의 공백 상태에서 개 식용 금지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불협화음과 충돌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음식 배달 앱에 개고기 판매 식당이 입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고기 찬반 논쟁'이 수면 위로 떠 오른 바 있다.

당시 동물자유연대는 "'개고기'는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 식품이며 이를 판매하는 업체는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셈"이라고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다만 일부 이용자들은 "삼겹살과 치킨은 되면서 왜 보신탕은 안 되느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결국 동물단체의 잇따른 항의에 음식 배달 앱은 개고기를 취급하는 식당의 입점을 취소했다.
 

개 식용 금지 대책 마련 촉구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동물단체와 육견업계가 개고기 식용 금지를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만 달릴까. 동물단체와 육견업계는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육견업계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사회적 합의 가능성은 열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 대표는 "개 식용 산업이 사양산업에 접어들면서 사업을 접으려는 분들이 있다. 개 사육을 당장 중단하는 농장에는 시설비 80%를 보상해주고, 1년 이내에 중단하는 농장에는 50%를 보상하는 방식으로 개 사육 중단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육견업계도 개 식용 종식을 이루기 위해선 현실적인 보상이 토대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사무총장은 "개 식용을 중단하게 하려면 적절한 보상을 하거나, 5~10년 정도 시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폐업시키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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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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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신탕이 곧 전통이라고 하는데, 전통도 아름다워야 지키는거지.... 가축 못 키우게 정해진 땅에 불법으로 뜬장만들어서 비위생적으로 사육하고... + 외국에는 중국이랑 동급이랑 취급당하게 하는 큰 이유인데..... 그게 과연 전통인가.... 게다가,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이 모피로 쓰려고 불개들 잡으면서, 그로 인해 보신탕으로 소비되고 전통개였던 불개가 멸종된건데... 60대아저씨들께 알려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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