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5일부터 시작된 후보 등록 기간에 4선에 도전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비롯해 허정무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예상대로 출마했다.
이제 이들은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공약 보여주기에 나서야 한다. 기자회견과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전했지만, 추후 예정된 3자 토론에 따라 여론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후보자들의 토론은 지난 6일 신 교수가 제안했고, 허 전 감독이 곧바로 수용했다. 이후 정 회장도 19일 열린 대한축구협회장 출마 기자회견에서 공개 토론을 받아들이며 성사됐다. 그렇다면 세 후보자들은 토론에서 어떤 쟁점을 들고나올까. 후보자들의 공약과 발언을 바탕으로 살펴봤다.
'공정성 논란' 홍명보 감독 해임 의견은?
이번 토론에서 많은 축구팬의 이목을 사로잡을 주제는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 문제일 것이다.
홍 감독은 지난 7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2014년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이끌었던 그는 10년 만에 대표팀 수장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홍 감독 선임이 알려지자, 당시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소속이던 박주호가 절차적 문제를 폭로하는 등 절차적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대한축구협회 상위단체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문제에 개입했고, 국회에선 현안질의가 열렸다.
정 회장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감독 선임에 대해서는 전력강화위원회가 추천을 하고 이사회가 선택을 했다. 이 부분은 잘 지켜졌다고 생각한다. 모든 인사 문제가 그렇듯,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지 과정을 중계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여러 FIFA 인사가 감독 선임 과정을 알고 있었는데, 많은 관계자가 '뭐가 문제인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반응이 있었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와 관련해 허 전 감독은 "협회장이 감독을 선임하고 해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신 교수는 "홍 감독 선임은 무효이며, 대한축구협회에 철회를 요구할 수 있다"면서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문체부와 갈등', 보조금 삭감 우려에 대한 정몽규 답변은?
문체부는 정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대한축구협회의 감사를 벌인 뒤 그에 대한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그렇기에 정 회장이 4선에 성공할 시, 문체부와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문체부는 대한축구협회의 상위 단체이며, 보조금 등 예산 지원을 하는 곳이다. 더욱이 앞서 문체부가 대한축구협회에 천안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 건립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50억원의 과징금 조처를 했다. 따라서 정 회장이 4선을 연임 할 시 보조금 삭감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문체부를 설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작년 정부의 보조금 비율은 협회 예산의 16~17% 정도다. 보조금이 줄면 특정 사업을 못 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지만, 삭감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두고 허 전 감독은 "문체부 감사에서 지적된 위법, 부당한 업무 처리 등에 관한 사과와 책임 없이 출마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신 교수도 "대한축구협회가 문체부의 예산을 받지 못하면 모든 사업이 올스톱이 될 수밖에 없다"며 우려했다.
스포츠 공정위, 정몽규 4선 도전 허용도 '공정성 논란'
그럼에도 정 회장이 현재 4선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이유는 지난 11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연임 승인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회원종목단체 임원은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재정 기여나 주요 국제대회 성적, 단체 평가 등 성과가 뚜렷한 경우 3선 이상에 도전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뒀다.
정 회장은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과 이후 드러난 각종 비리 의혹 등으로 인해 위기를 맞았지만, 공정위는 정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의 결정에 허 전 감독은 김병철 공정위원장이 정 회장으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의혹을 언급하며 "조속히 심사 평가표와 위원 명단을 공개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라. 그리고 문제가 있다면 제대로 갖춘 위원으로 다시 공정위를 구성해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를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신 교수 역시 "정 회장과 '접대골프'를 친 공정위원장이 내린 결정은 역사에 남을 불공정의 판단"이라면서 "국정감사에서 (공정위원장이) 정 회장과 '접대골프를 친 사실이 밝혀졌다면, '이해 충돌'을 피하기 위해 위원장을 맡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천안축구종합센터 활용 방안 및 비상임 이사에 대한 방만한 자문료 논란, 부정선거 의혹 등이 토론 주제로 나올 것이라 예측된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내년 1월 8일 치러지며, 공식 취임일은 정기총회가 열리는 내년 1월 22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