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3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헝다 사태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는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차관은 모두발언에서만 모두 세 차례에 걸쳐 헝다 사태를 언급했다. 그는 "추석 연휴 기간 헝다그룹 파산 우려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금은 헝다 관련 우려가 다소 완화됐다"면서도 "글로벌 통화 정책 정상화와 그에 따른 디레버리징(부채 감축) 진행으로 헝다와 같은 시장 불안 요인이 갑작스럽게 불거질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 역시 마냥 낙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국제 금융시장 리스크(위험)로 전이될 가능성이 작지만 변동 여지가 있어서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도 이날 상황점검회의에서 "헝다 사태는 부동산 관련 부채 누증 문제가 현실화한 것인 만큼 전개 상황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금융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헝다 파산 위기를 중국판 리먼 브러더스 사태에 비유한다. 동시에 세계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 차관은 "정부는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주요 통화당국 정책 동향과 신흥국발 리스크 등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글로벌 위험 요인 등이 우리 경제·금융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 등도 선제적으로 면밀히 점검해 시장 안정과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헝다의 디폴트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8.0원 오른 1183.0원에 장을 시작했다. 장 중 환율 기준으로 지난해 9월 15일(1183.3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약보합세를 유지하다 전날보다 0.5원 오른 1175.5원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 런민은행이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오후 들어 상승 폭이 줄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동반 하락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3140.51)보다 12.93포인트(0.41%) 내린 3127.58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1046.12) 대비 9.86포인트(0.94%) 하락한 1036.26에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