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이를 벤치마킹한 ‘K바이오헬스 허브’가 들어선다. 성남시는 2026년까지 분당구 정자동 일대에 약 3만평 규모의 ‘성남형 바이오헬스 허브’를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바이오헬스 벨트 구축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시에 있는 바이오헬스 기업과 병·의원, 인력을 연계하고, 아이디어 개발과 사업화, 홍보, 수출까지 지원하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골자다. 나아가 판교테크노밸리, 하이테크밸리, 야탑밸리, 분당벤처밸리까지 연결해 성남시만의 바이오헬스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병·의원 1700여곳, 의료 인력 1만8000여명, 바이오헬스 기업 905개가 모인 성남시가 바이오헬스 허브의 적임지”라며 “서울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광역도로와 분당선·신분당선이 인접해 교통 편의성이 높고, 서울 강남권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은 시장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민뿐만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같은 IT 기업들도 바이오헬스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서 “다만 수도권에 대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정책과 산업 활성화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 디지털 시대에는 지구적 차원에서 (이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바이오헬스 허브 개발사업 계획의 밑그림을 공개했다. 성남시 하면 IT와 게임이 대표 산업으로 떠오르는데 바이오를 고안한 배경은
“바이오헬스 산업은 AI와 빅데이터, 의료산업 등과 융합해 영역을 확대하고 있고, 인구 고령화, 식량부족 사태, 환경 문제 등 해결 방법의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만성질환 중심으로의 질병구조 변화와 예방, 건강관리 중심의 의료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바이오헬스 산업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시민들이 바이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구글도 바이오에 굉장히 많이 투자하고 있고, 네이버와 카카오도 관심이 많다. 성남시는 판교를 중심으로 ‘디지털 메카’라는 인식이 있지만,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차병원 등 병·의원 1700개가 있고, 의료인력은 1만9000명 이상이 있다. 바이오헬스기업 수는 약 905개다. SK바이오사이언스,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다 들어와 있다. 바이오헬스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다. 성남시는 코로나19 이후 네이버와 함께 AI 전화로 자가격리자의 상태를 체크했다. 체온 체크 안정화를 위해 기업이 만든 여러 제품을 써보는 등 온갖 시도를 다 해봤다. 병·의원, 보건소 인력, 일반 행정 서비스까지 결합했다. 이런 경험이 의료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성남시가 2018년부터 매년 여는 의료관광컨벤션도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 중심지로 충북(오송)을 꼽는 이들이 있다. 성남시만의 차별점은
“오송 산업단지는 연구개발(R&D)과 시제품 개발 단계의 지원이 활성화돼 있다. 그러나 임상시험을 지원할 수 있는 병원이 없고, 전임상시험, 임상시험, 인허가 평가 단계를 위한 인프라가 미흡하다. 바이오 사업은 임상시험과 이를 위한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 성남은 인구도 100만명 정도로 적정한 수준이다. 바이오에 관심을 갖는 중산층의 비중도 크다. 바이오의 '테헤란로' 같은 곳이다. 바이오 클러스터의 성공 조건으로 연구능력을 보유한 병원, 기업, 투자회사 등의 인프라와 지자체의 유기적인 연계 등이 있는데, 성남시는 이러한 우수한 인프라와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바이오헬스 허브의 적임지다. 임상이나 진단, 시제품 이후 판매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판교테크노밸리에는 SK케미칼, 메디포스트, 휴온스글로벌 등 앵커 기업(선도 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연구소 중심의 제약·바이오, 디지털 헬스케어, R&D, 생산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하이테크밸리에는 제노레이, 엘엔씨바이오 등 의료기기, 화장품 기업들이 생산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청년 창업 부분도 전폭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다. 성남시 디지털기업과 결합해 창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성남시가 보유한 자원을 연계해 컨퍼런스, 정보 유통, 임상 실험, 진단, 대외 수출까지 지원하려고 한다.”
“성남 ‘아시아실리콘밸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스포츠 전용 경기장과 글로벌 융합센터 건립,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플랫폼 구축 등 41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바이오헬스산업은 미래 일자리 산업 창출의 핵심이다. 이에 판교테크노밸리, 하이테크밸리, 야탑밸리, 분당벤처밸리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성남형 바이오헬스 벨트 구축을 목표로 정했다. 각 거점을 연결해 기존 거점의 부족한 기능과 시설을 보완하고, 성남형 C&D(Connect & Development, 연계개발) 플랫폼을 구축해 각 밸리 간 정보와 기능을 연결, 개발하는 형태로 성남형 바이오헬스 생태계를 만들 것이다."
“아시아실리콘밸리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2019년 11월, 8박 10일 일정으로 미국과 캐나다의 첨단산업 집적단지에 가서 벤치마킹했다. 아시아실리콘밸리담당관실이 보스턴 바이오 산업단지에 다녀왔다. 이곳은 비즈니스 개발을 위한 기업과 벤처캐피털, 혁신적인 바이오 연구를 위한 대학, 연구와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병원, 정부 등 산⸱학⸱연⸱병⸱관이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었다. 성남형 바이오헬스 허브는 이 같은 해외 성공모델을 도입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인재와 연구지원, 기업 인프라, 투자자금 등의 유인 조건을 갖춰 성공적인 생태계의 허브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옛 주택전시관 부지(분당구 정자동 일대)에 바이오헬스 허브 조성지로 선정한 이유는
“주택전시관 부지는 우수한 인프라와 인적 자원이 풍부한 분당구 정자동에 있다. 서울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광역도로와 분당선, 신분당선이 인접해 교통편의, 지리적 접근성이 우수하다. 교통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사람들이 접촉하면 문화가 되고, 창조적 기업들이 나온다. 성남시가 좋은 건 강남과 붙어있어 문화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인근에 분당서울대병원, 차병원, 판교⸱야탑밸리, 성남산업진흥원과 네이버, 두산 등의 대기업이 있다. 공원 부지를 활용해 자연과 함께하는 다양한 시민 건강 프로그램 운영, 리빙랩과 연계한 스마트 건강증진 모델 개발이 가능한 이점이 있다. 데이터 기반 디지털헬스케어를 중심으로 하는 바이오헬스 클러스터 구축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기업육성, 경영지원과 교육, 전시, 네트워크, 문화 등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으로 미래 혁신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 기반이 될 것이며, 절차를 거쳐 2023년부터 바이오헬스 허브 조성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성남 바이오헬스 허브조성은 개발 계획 수립 용역이 진행 중이어서 현 단계에서 유치 결정은 시기상조다. 향후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유치할 예정이다. 관심 있는 많은 기업과 기관의 문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특정 대기업에 의존하기보다 성남시의 의료적인 부분을 모두 연계해 관련 생태계를 조성했으면 좋겠다. 병원장들을 거의 다 만났고, 기업들을 만나 적극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향후 어떤 과정들이 남았나
“현재 진행 중인 개발계획을 올해 12월까지 완료하고, 2022년 1월 개발계획 수립 및 도시개발구역 지정 고시, 12월까지 사업시행자 지정, 실시계획 수립⸱인가 고시를 통해 2023년에 본격적인 바이오헬스 허브 조성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공공 의료정보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성남 바이오랩 구축과 운영’을 통한 유망 스타트업 기업 발굴⸱육성 시스템 마련, ‘성남벤처펀드’를 활용한 투자 활성화,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를 위한 네트워크 중심의 성남형 C&D 플랫폼 구축 등을 추진해 바이오헬스 허브의 체계적인 사업화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다만, 수도권에 대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지역특구법, 수도권 공장 설립 관련 규제, 조세특례 배제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정책과 산업의 활성화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지구적인 축으로 봐야 한다. 여전히 제조업 시대의 지역 균형 축으로만 생각하면 한계가 있다. 한국이라는 공간 안에 묶으려고 하면 해법이 잘 안 나온다. 디지털 시대에는 축을 넓혀야 한다. 성남시는 과거 드론시험 비행장을 짓기 위해 공군과 8개월간 협상해 3곳을 만들었고, 게임·콘텐츠 분야의 기업활동 지원을 위해 특구를 조성한 경험이 있다. 산업과 시민이 함께하며 건강한 미래의 삶을 추구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이오헬스산업 생태계를 만들도록 하겠다.”
[대담=한준호 IT모바일부장, 정리=임민철·정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