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베이징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할 수 없게 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에도 차질이 생겼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8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 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올림픽위원회(NOC)가 2020 도쿄올림픽에 일방적으로 선수단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IOC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북한의 NOC 자격을 2022년 말까지 정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도쿄올림픽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IOC를 통한 공식 통보가 아닌 북한 체육성이 운영하는 ‘조선 체육’ 홈페이지를 통해 일방적으로 불참 사실을 알렸다. 이에 IOC는 공식채널로 대화를 요청했지만, 북한은 응하지 않았다.
바흐 위원장은 "북한 NOC는 도쿄올림픽에 불참한 유일한 NOC였다"며 "그들은 올림픽 헌장에 명시된 대회 참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은 자격 정지 기간 IOC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고, 국제사회의 제재로 지급이 보류된 지난 올림픽 출전 배당금도 몰수될 전망이다.
다만 북한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있다. IOC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출전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결정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제재 기간 역시 북한의 태도에 따른 변경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IOC의 징계에 대해 청와대는 "한반도 평화진전을 계속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른 제재 기간 변동 가능성이 열려있는 만큼,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중국 베이징올림픽을 남북 대화 재개의 계기로 삼고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국의 중재자 역할에 기대감이 실리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4~15일 방한해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왕이 부장의 이번 방한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10개월 만이고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지난 4월 중국(샤먼) 개최 이후 5개월여 만에 열린다.
회담에서는 내년 2월 개최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한·중 수교 30주년 등 양국 간 전략적 소통 강화와 상호 협력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또한 중국은 최근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하면서 북한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회담에서 양국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인도적 지원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는 북한이 이날 개최된 열병식을 통해 무력도발에 나서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0시부터 1시간 가량 정권수립 기념일('9·9절') 73주년을 기념한 심야 열병식을 개최했다. 우려됐던 전략 무기 공개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미·대남 발언은 없었다. 대신 리일환 당 비서가 연설을 맡아 "오늘의 장엄한 열병식은 공화국의 아들딸들이 사랑하는 어머니 조국에 드리는 가장 숭고한 경의"라고 강조했다. 열병식은 정규군이 아닌 예비군, 경찰 성격의 비정규군을 중심으로 꾸려졌고, 북한은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이라고 명명했다. 제재 장기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민심이 악화하는 상황을 고려해 내부 결속에 중점을 둔 셈이다
이를 두고 북한이 오는 14~15일로 예정된 한·미·일 북핵협의와 한·중 외교장관 회담 등을 염두하고 대외 관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전반적으로 내부체제결속에 방점을 뒀다"며 "한반도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운신의 폭을 열어놓고 대남 대미전략을 고심중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