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비싼 제품을 싸게 팔아요”... 당근마켓 신종 사기일까?

2021-09-0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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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제품을 저렴하게 대량 구매해 중고거래에서 이익 남겨

타 쇼핑몰에는 비싼 가격 제시... 구매자는 '신종 사기' 호소

사기죄 성립 여부는 미지수... 분쟁 조정으로 구제받을 수 있어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일부 제품이 원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둔갑돼 팔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뒤늦게 원가를 파악하고 ‘신종 사기’라며 피해를 호소하는 중이다.
 
저렴한 단종 제품을 비싼 가격으로 둔갑시켜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올라온 판매글. [사진=정석준 기자]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각종 중고거래 플랫폼에 등장한 일부 판매 글을 사기라고 주장하는 글이 등장했다.

해당 글을 작성한 누리꾼은 “나 말고도 채팅이 세 개나 열려 있었지만 거래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판매자가 지방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택배 거래를 요구했다. 돈은 물건을 받고 보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랑 거래하기로 약속한 뒤 판매 글이 거래 완료가 아니고 삭제된 후 같은 계정에 똑같은 내용으로 올라왔다. 선물 받은 것을 파는 것이라고 했는데 수량이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해당 판매 글은 단종 제품을 저렴하게 대량으로 구매해 중고 거래에서 비싸게 팔아 차익을 챙기는 수법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판매자는 타 온라인 쇼핑몰에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 마치 중고 거래에서는 새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실제로, 올해 6월까지 10만원 전후 가격으로 팔린 무선 청소기 제품 A는 당근마켓에 17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이 제품은 지난 6월 단종된 이후 각종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가격이 50만원대로 급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판매 수법은 최근 당근마켓뿐만 아니라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각종 중고 거래 플랫폼에 등장하는 중이다. 판매자는 “선물용으로 몇 개를 샀었다”, “같은 제품을 선물 받아 판매한다”라며 판매 글을 게시하고 삭제하기를 반복했다. 일부 판매자는 타 온라인 쇼핑몰에 표기된 해당 제품의 가격 정보를 함께 올리며 중고거래가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글쓴이는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이 이렇게 판매되는 것을 각 플랫폼에서 발견했다. 들어본 적 없는 업체 물품이 대기업 제품보다 더 비싸게 올라와 있어서 당혹스럽다. 구매 리뷰는 모두 0건이다. 최저가 조작이 의심된다”고 전했다.

이러한 판매 행태를 ‘신종 사기’라고 비난한 한 누리꾼은 “(판매자가 말한) ‘선물하려고 몇 개 구입했는데 너무 비싸서 다시 판다’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누가 쇼핑몰에서 사주면 아주 이득이고 당근마켓에 팔아도 이득이다.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이는 변칙세일 수법과 매우 유사하다. 변칙세일은 엄연한 사기 행위 중 하나다. 전문 판매업자가 개인물품거래로 위장해 거래하는 것은 매출 누락과 탈세 행위에도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사기죄 성립 여부는 미지수... 분쟁 조정으로 구제 가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구매자는 이러한 판매 수법을 ‘신종 사기’라고 호소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법적 처벌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구매자가 오픈 플랫폼에서 물건을 살 때는 시세를 확인하고 산다. 판매자가 특정 사이트에만 높은 가격에 올려뒀다는 것만으로는 기망 행위로 인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자가 타 플랫폼에서 댓글 등을 통해 중고거래 구매를 유도했다면 사기죄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장윤미 변호사(법무법인 윈앤원)는 “중고 판매는 따로 사업 등록을 안 해도 되지만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는 것은 통신판매업 등 허가가 필요하다”면서도 “가격을 부풀려 판매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약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임의로 가격을 알아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구매를 하지 않을 수 있는데도 판매자가 제시한 허위자료를 보게 만들어 구매를 유도한 경우면 기망 행위로 금전을 편취한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대법원은 '변칙세일'을 형법상 사기죄로 인정하고 소비자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 판결까지 명령한 바 있다. 하지만 위 사례는 판매자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직접 할인을 명시하지 않고 중고거래를 통해 판매한 경우다. 이러한 판매 과정이 사기죄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기망 행위와 구매 간 인과 관계가 증명돼야 한다. 장 변호사는 "소비자가 피해를 입으면 분쟁 조정을 신청하거나, 고발장을 접수해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개인 간(C2C) 거래에서 피해를 본 사람은 ICT분쟁조정지원센터를 통해 분쟁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이 분쟁 조정 결과는 법원의 확정 판결과 효력이 동일하다.

최근 중고 거래량이 증가함에 따라 분쟁 신청 건수도 급증하는 중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분쟁 신청 건수는 2026건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이 중 C2C 분쟁 조정 신청은 906건(44.7%)으로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는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2008건이 접수돼 이미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을 넘어섰다.

진흥원은 “최근 C2C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피해 구제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피해 금액이 소액이라는 이유로 해결을 포기하거나 타 조정기관을 찾았다가 사업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법적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분쟁을 사전에 피할 수 있는 방법에는 △반품·환불 등 거래조건 확인 △거래 전 물품 상태 확인 △안전 결제 시스템 및 직거래 권고 등이 있다. 분쟁 조정 관련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국번 없이 118로 전화하거나 ICT분쟁조정지원센터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된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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