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80대 할머니 화가, 로즈와일리의 인생수업

2021-09-0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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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새로운 걸 도전하기 전에 “이 나이에 뭘 하겠어”라는 생각이 한번쯤은 들곤한다. 그 생각을 단 한번에 깨줄 사람이 있다. 그는 바로 영국화가 로즈 와일리다. 그의 전시회를 통해서 작품을 본 나는 마치 매료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그를 위해 존재하는 것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88세라는 나이지만 작품 너머 순수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우리는 늦은 나이라고 하지만 그에게 나이는 진짜로 숫자에 불과한 듯하다. 그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창작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뭘까? 그에게 궁금증들이 생겨 인터뷰 요청을 했고, 인터뷰에 응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아 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사진= UNC 갤러리 제공/ 로즈와일리 작가]

Q. 작가님의 작품만큼이나 살아온 지난 생애가 흥미롭다고 느꼈습니다. 21세의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 45살에 영국왕립예술학교에 입학해서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는데요. 캔버스 앞에 서서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뭔가요?

A. 저는 항상 무언가를 만들기 바빴어요. 물건들을 색칠하고, 정원을 가꾸는 등 항상 제 주변을 배치하고 꾸몄거든요. 끊임없이 책을 읽고, 영화를 보러 가고, 아이들 옷을 만들고, 아이들이 떠나자마자 다시 작가라는 존재로 돌아왔어요.

Q. 작가님의 인생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그리실 건가요?

A. 아마도 나무 한 그루 일 것 같아요. 제가 나무를 정말 좋아하거든요(웃음).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Q. 지난 세월을 돌이켰을 때 지금의 그림들을 그리기 까지 가장 중요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미술을 가르치던 시절이요. 남는 시간이 많았거든요(흐뭇).

Q. 일상적인 것을 주제로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표현력을 입힌 그림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뭔가를 볼 때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시나요?

A. 그렇게 말 해 주시니 좋네요. 한 순간 바뀔 것들 보다는 변하지 않는 것들에 초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다 관여하고 있는 것들 밖에 있는 무언가, ‘퀄리티’ 같은 것들이요. 퀄리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말이죠. 전 중요하다 생각해요.

Q. 시바의 여왕과 축구선수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을 캔버스 라는 연극 무대 위에 올려 연출하는 상황이 흥미로웠습니다. 어떤 인물들에 매력을 느끼세요?

A.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것들은 무엇이든 저에게 영감을 줄 수 있죠.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는데. 시바의 여왕은 고대 페르시아 미니어쳐에서 따왔고 여왕의 머리 대신 가스버너 링을 추가하여 작품을 좀 더 모던화 했어요. 에티오피아 사람인 여왕이 노란색 머리에 멜빵 비슷한 의상을 입고 놀라울 정도로 말랐다는 사실 또한 너무 마음에 들어요. 축구선수들은 친숙한 주제로 신문에 자주 실리고 눈에 띄는 모습들이 많아 그리기 좋아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고요.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Q. 주로 어디서부터 영감을 얻고, 그 영감을 기록하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또한 기록한 영감들을 언제 어떨 때 활용하시나요?

A. 어디에서나 영감을 얻을 수 있지만 시각적으로 흥미로워야 돼요. 누군가의 얼굴, 눈썹 또는 치아, 영화 클로즈업, 창밖의 새, 인스타그램은 그러한 시각적 정보를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되죠. 건축에서도 영감을 받습니다. 그리고 방금 일본에 있는 한 타일공장을 봤어요. 자하 하디드도 좋아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을 접목하는 것을 좋아해요. 플로렌스의 두오모와 미시시피의 불타버린 극장을 그렸던 적도 있어요.

Q. 그림 속에 담고 싶은 본인만의 가치나 메시지가 있나요?

A.저는 평범한 것들, 여태까지 무시되거나 업신여겨 왔던 시각문화들에 존중을 표하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로즈와일리 작가의 작업실]

 

[사진= 김호이 기자]



Q. 사랑하는 사람을 그림에 담는다면 뭘 그릴 건가요? 그리고 이유는 뭔가요?

A.천사를 그리고 싶어요. (곰곰이 생각하며) 저는 날아다니는 것들을 좋아하고 새, 박쥐, 잠자리, 비행기 등을 그렸지만 아직 천사는 한번도 그린 적이 없거든요.

Q. 예술을 할 때도 때로는 경쟁심이 생길 때도 있는데요. 남보다 못 그렸다는 생각이 들 때 자존감이 떨어질 때는 마음을 어떻게 추스렸나요?

A. 제 자신에 집중하지 않고 그냥 계속 해요.

Q. 그림으로 인생 반전을 겪어보니까 어떤가요?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A. 전혀 없어요.

Q. 많은 사람들이 ‘이 나이에 뭘 하겠어’라는 생각을 하면서 도전을 망설입니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나 스스로가 아닌 다른 것에 집중할 것을 찾는 방법이 좋아요.

Q. 처음으로 80대를 사는 기분이 어떤가요? 20대에 80대라는 나이를 어떻게 생각했고, 막상 80대가 되어 보니 어떤가요?

A. 별 다를 바 없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Q. 초등학생이 로즈와일리의 직업에 대해 묻는다면 뭐라고 해줄 건가요?

A. 주변에 보이는 것들을 그리는 일이라고 설명할 것 같아요.

Q.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으세요? 자유로운 아티스트? 규칙 있는 아티스트? 그리고 그 이유는 뭔가요?

A. 언제나 자유로운 작가로 남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죽기 전에 뭐든 제대로 되고 가치 있는 일을 해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진= UNC 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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