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이 성공하려면 재원 조달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미국 사례를 토대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되 증세 여부는 중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성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지출분석센터장은 2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조세재정연구원·산업연구원·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바이드노믹스와 한국경제의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 센터장은 "한국판 뉴딜은 생산성 향상, 기후변화 대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응 등의 측면에서 미국과 유사하다"고 제시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도 구조계획법 입법, 인프라계획, 가족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따른 대규모 재정지출로 '발전적 재건'을 달성하는 조세재정정책 방향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윤 센터장은 "미국에서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기존의 대규모 투자·예산 미사용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고 이는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지연 요인으로 작동했다"며 "미국 사례는 기존 사업 집행률 개선, 사업 구체화, 지방정부 공조, 민간 참여 확대 등이 정책 효과성을 제고하는 데 중요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한국판 뉴딜의) 사업 기간에 대한 재원 조달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재정건전성 이슈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 정부의 증세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세제 개편(TCJA)에 따른 과세 형평성 등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의 증세로 전 세계적으로 증세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윤 센터장은 "우리나라 증세 여부는 우리 경제상황, 재정여력, 재정수입·지출 여건 등을 고려해 중립적으로 판단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판 뉴딜의 운용 과정에서 예산 낭비 사례, 부적정한 재정 운용 등이 발생할 경우 향후 증세가 필요한 시점에서 국민의 강한 조세 저항을 마주할 수 있다"며 "한국판 뉴딜과 같이 규모가 큰 재정지출정책은 정파를 떠나 초당적 지지를 통해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계획을 수립해 일관성 있는 추진으로 시장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인구구조 변화, 잠재성장률 저하 등으로 인해 과거와 같은 높은 수준의 재정수입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중장기적 측면에서 증세에 대한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시점에서는 지출검토제도(spending review)와 같은 자원배분 조정 또한 검토해볼 수 있다"고 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미국경제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지만, 백신 보급과 확장적인 거시정책에 따라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미국 물가수준이 물가안정목표 경로를 상회하고 있어 통화 정책 정상화에 대한 압력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 실장은 "미국 정부의 역할 증대, 큰 정부로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논의와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공존한다"고 말했다.
윤여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바이든 정부는 경제·통상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동맹국과의 연대를 활용할 것"이라며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한 공급망 재편,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등 대중국 전략이 논의되고 있으며 다자 합의가 어려운 경우 복수국 간 협정을 통해 새로운 통상질서를 구축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을 가장 큰 고객으로 두고 있는 한국 산업은 상당 기간 생존을 위한 투 트랙 전략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연구위원은 "바이든 정부의 환경·노동 정책은 급진적인 측면이 있어 새로운 기준이 세계적 추세로 뿌리내리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선진국과 그렇지 못한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별도의 산업 전략을 구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