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대구 컨트리클럽(이하 대구CC)은 1972년 개장한 27홀(동·중·서 코스) 규모의 골프장이다.
올해로 개장 49주년이 됐다. 첫 삽을 뜬 인물은 송암 우제봉(향년 86세) 선생이다. 그는 경산·대구 등 경북 지역 경제인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동시에 자라나는 골프 새싹들이 풍파를 견디도록 아름드리나무를 자처했다.
그의 우승에 대구CC는 골프장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선수가 타지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을 담았다.
마치, 한 동네에서 고위 공무원이 탄생한 것처럼 골프장 사람들은 너도, 나도 싱글벙글한다.
골프장 관계자는 "처음에는 이 지역에서 국가대표나 상비군이 나오지 않았었다. 이곳에서 커 가는 선수들이 하나둘 늘면서 국가대표가 나오고 큰 대회에서 우승하는 선수가 배출됐다. 이제는 우승 떡이 돌아다닌다"고 웃었다.
아름드리나무는 지역 골퍼만이 아닌, 전국 꿈나무들에게도 영향을 줬다. 우 선생의 호를 딴 송암배라는 이름으로다.
송암배는 재단법인 송암(이사장 우기정·골프장학재단)에서 운영하는 대한골프협회(KGA) 공식 아마추어 대회다. 1994년 7월 시작해 올해까지 28년간 쉼 없이 달려왔다. 박세리(44), 박인비(33) 등이 장학금을 받으며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장학금에도 차별성을 뒀다. 이 정도는 받아야 성장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골프장 개장 49년, 송암배 개최 28년이다. 긴 시간 만큼 아름드리나무도 고목이 됐다. 나무를 심은 사람들도 고목처럼 나이를 먹었다. 경제인들의 2·3세가 사업을 물려받았다. 대구CC와 송암배도 마찬가지다. 할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이 손자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올해는 새로운 얼굴이 대회장을 누비고 있다. 두 명의 대표이사 중 한 명인 우승백 사장이다. 그는 우 선생의 손자다.
우 사장은 "코로나19 상황이라 학부모 등의 입장을 통제하고 있다. 학생들이 우선"이라며 "안전하게 대회를 마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학부모는 "주차장에서 아이를 내려주고, 돌아선다. 송암배의 철저한 방역 덕분에 안심이 된다"며 "잘하는 아이들이 출전하는 대회라 프로 대회 못지않은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경이면 제28회 송암배의 우승자가 탄생한다. 현재 선두는 남자부 장유빈(한체대 1·10언더파)과 여자부 박예지(수성방통고1·9언더파)다. 두 학생은 1타 차로 순위표 맨 윗줄에 올라있다.
우승자들은 장학금과 순은 우승컵을 받는다. 새로운 세대가 이어받은 아름드리나무 아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