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질' 김재범 "1000:1의 경쟁률…황정민 덕에 편안히 연기"

2021-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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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질'에서 최기완 역을 맡은 배우 김재범. [사진=NEW 제공]


가상인물이 아닌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영화 '인질'(감독 필감성)은 다른 작품들보다 '설득의 과정'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배우 황정민이 주인공이고 그가 납치당했다는 극적 상황을 믿게끔 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몰입하기 위해서는 주연 황정민의 열연도 중요했지만 동시에 납치범들도 사실적으로 보여야 했다.

그런 이유로 필 감독은 캐스팅에 많은 공을 들였다. 연극·독립 영화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인질' 오디션에 참가했고 1000:1의 경쟁률을 뚫고 배우 김재범이 최기완 역을 꿰찼다. "황정민에게 주눅 들지 않는 대범함"과 연기력을 겸비한 신예. 필 감독이 찾던 배우였다.
"캐스팅 소식을 듣자마자 '경사다, 경사'라고 했어요. 1000:1의 경쟁률이라니! 가족들은 이미 잔치 분위기였죠. 어찌나 펄쩍펄쩍 뛰었는지 아직 뒤꿈치가 아플 정도라니까요."

김재범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출신으로 뮤지컬 '쓰릴미' '형제는 용감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아가사' '완벽한 타인' 등 내로라하는 작품들에서 활약했다. 대선배 황정민 앞에서도 떨지 않고 제 몫을 다해낼 수 있었던 것도 많은 무대 경험 덕이었다.

"혹시 연기하는 (황)정민 형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하신 적이 있나요? 눈빛이 정말…. 하하하. 다행히 형과 공연을 한 적이 있어서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만약 경험이 없었다면 마음껏 연기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영화 '인질'에서 최기완 역을 맡은 배우 김재범. [사진=NEW 제공]


인질범 조직의 수장인 최기환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이코패스다. 남자 배우들이 한번쯤 꿈꾸던 캐릭터기도 하다. 김재범 역시 시나리오를 읽고 열정이 불타올랐다고 털어놓았다.

"의욕이 넘쳤죠. '내가 가진 걸 싹 다 보여주겠어' 하는 마음도 들었고요. 하지만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최기완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인질범 다섯 명과 황정민 간 싸움이었죠. 여러 캐릭터를 인지하고 차별점을 주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필 감독과 배우들 간 상의 끝에 일인자 최기완과 이인자 염동훈(류경수 분)의 온도를 다르게 설정하기로 했다. 염동훈이 '불'이라면 최기완은 '얼음'이라는 식이다.

"염동훈과 대비감을 가지니 캐릭터가 명확해졌어요. 최기완은 자기중심적이고 우월감에 푹 빠져 있어요. 근본 없는 자신감을 느끼고 있어서 자기 외에는 모두 하찮게 여겨요. 차갑고 이성적이지만 충동적이라서 제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감정을 터트리죠. 시한폭탄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죠.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쟤 왜 저래'라는 식의 모습에 주안점을 둔 거죠."

김재범은 배우들 간 균형 맞추기에 집중했다. 개성 강한 인물들이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었던 이유다.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라서 해낼 수 있었어요. 함께 고민하고 보완해나갔죠. 그 덕에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고 최기완에게만 몰두할 수 있었어요."

영화 '인질'에서 최기완 역을 맡은 배우 김재범[사진=NEW 제공]


특히 황정민과 연기하며 내내 감탄했다고 부연했다. 무대와는 또 다른 매력에 푹 빠졌다고.

"(황)정민 형과 대면 신이 많지 않았는데도 (황정민이) 얼마나 베테랑인지 알 수 있었어요. 머릿속에 그림이 다 있는 거 같아요. 형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어야겠다' 생각했죠."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이렇게 겸손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충분히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김재범이 이토록 살벌하고 섬뜩한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건 그의 깊은 고민과 연구 덕이었다.

"다른 영화 속 인물을 차용하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에 실제 범죄자들의 기록을 찾아보곤 했죠. 실제 기록들에서 힌트를 얻었고 그 인물의 감정 상태를 읽으려고 했어요."
 

영화 '인질'에서 최기완 역을 맡은 배우 김재범. [사진=NEW 제공]


워낙 살 떨리는 연기를 소화해서 후유증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그는 쉬지 않고 농담하며 이미 최기완을 떠나보냈음을 증명했다.

"작품이 끝나면 역할에서 금방 빠져나오는 편이에요. 계속 매몰되어 있지 않으려고 해요. 시간이 지나면 다시 김재범으로 잘 돌아온답니다."

김재범은 코로나19 속 영화 '인질'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관객을 위해 직접 관전 포인트를 짚어주기도 했다.

"영화를 보고 초고속 열차를 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에버랜드 티익스프레스 같은 느낌이랄까요. 하하하. 짧은 시간 푹 빠져서 원초적 쾌감을 느낄 수 있어요. 저는 평소 땀이 없는 편인데도 손에 땀을 쥐고 봤다니까요! 관객분들도 그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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