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예비후보 간 토론회 개최를 두고 대립해 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의 갈등이 향후 경선을 관리할 당 선거관리위원장 임명 문제로 확대될 태세다. 18일과 25일 두 차례 개최하기로 했던 토론회는 25일 비전발표회를 한 차례 여는 것으로 봉합됐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잠재해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은 금방 정리된다’는 취지로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게 말한 사실이 김재원 최고위원의 폭로로 드러나는 등 양측의 갈등이 점차 격화될 양상이다.
임승호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25일에 비전 발표회를 여는 것으로 최고위 전체가 동의했다”고 밝혔다. 두 차례 토론회가 한 차례 비전 발표회로 바뀐 것과 관련, “중재안이 있고 당내 이견이 있다 보니까 가장 합리적인 방안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고위는 오는 26일 선관위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다만 선관위원장 임명을 놓고 입장이 명확히 갈리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경선준비위원장인 서병수 의원을 선관위원장에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몇 안 되는 중진 의원들 대부분이 윤 전 총장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밝힌 터라 서 의원 외엔 마땅한 인사가 없다는 것. 특히 인사권은 당 대표에게 있다는 뜻도 확고하다.
반면 윤 전 총장 측 입장을 반영해 온 최고위원들은 이에 대해 반대하는 뜻이 명확하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MBC라디오에서 “경준위 활동으로 너무나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며 “공정성에 의심을 갖게 만드는 일이 너무나 많았지 않나”라고 했다.
이번 논란에서 중재를 했던 정미경 최고위원도 CBS라디오에서 “좀 적절하지 않다”면서 “윤석열 캠프에서 공정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제가 봤을 때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은 금방 정리된다’라고 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 원 전 지사와 통화를 했다”며 “원 전 지사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확인을 해주더라”고 했다.
원 전 지사는 “있는 그대로 얘기한 것이다. 팩트만 말했다”며 “‘정리된다’는 말은 갈등이 정리된다는 게 아니라 후보로서의 지속성이 정리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윤 전 총장 측 신지호 정무실장의 ‘당 대표 탄핵’ 발언 뒤 이 대표 측 ‘녹취록 유출’ 공방, 윤 전 총장의 “이준석은 홍준표·유승민 똘마니” 페이스북 좋아요 등 서로의 실책을 끄집어내며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상대 측의 실책을 언급하며 주도권을 잡으려 정치적 다툼을 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