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결국 2000명대 뚫었다···“델타 변이 탓에 집단면역 불가능”

2021-08-1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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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전문가’ 천은미·정재훈·정기석·홍윤철 교수 진단 및 제언

“정점 아직, 확산세 가속할 것···방역체계 수정 필수”

“전 국민의 85% 백신 접종 완료해야 집단면역 가능”

[사진=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 11일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다’인 2223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되고 휴가철 이동 수요까지 겹치면서 4차 대유행 확산세가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이어져 전국적으로 확산세가 퍼지는 양상이다.
하반기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접종률도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11일 0시 기준 국내 누적 1차 접종자는 2163만5106명으로, 전체 인구(작년 12월 기준 5134만9116명)의 42.1%에 해당한다. 2차까지 접종을 마친 사람은 누적 806만2980명을 기록했다. 이는 인구 대비 15.7% 수준이다.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선 델타 변이의 출현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백신 1차 접종만으로는 현재의 확산세를 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차 접종까지 마쳐야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력이 생기는데, 1차 접종률만 높여서는 방역 체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정부는 전 국민 70%의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형성한다는 계획인데, '델타 변이'라는 변수의 등장으로 접종률 목표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신규 확진 가파르게 상승할 것...델타 변이에 맞춰 방역체계 바꿔야”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사진=이대목동병원 제공]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앞으로도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지금의 확산세를 잡기 위해서는 감염 속도가 빠른 델타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방역 체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천 교수는 “접종률이 높은 이스라엘과 미국 사례를 보면 계속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델타 변이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역시 신규 확진자 발생에 가속도가 붙은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정점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임시선별소를 통해 나온 확진자 수가 지난주보다 200명 증가했다. 스스로 검사하는 사람들이 200명이나 늘어났다는 건 일상 주변에 많은 감염자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델타 변이 특징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감염 속도가 빠르고 전파력도 강하다. 더 빠르게 확진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천 교수는 “특히 휴가철 성수기가 끝나면서 비수도권에서 다시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올라오면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접촉을 최대한 차단할 수 있도록 재택근무 활성화, 다중이용시설 제한 강화 등 방역체계 수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코로나19 백신 수급이 불안정해지는 것과 관련해 천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하는 모더나 백신 물량 중 일부라도 국내에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협상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 델타 변이 출현에···국민의 80~90% 백신 접종 목표로 수정 필요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 [사진=아주경제DB]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델타 변이의 출현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만으로 바이러스 통제와 집단면역 달성은 불가능해졌다고 봤다.

당초 정부는 전 국민의 70% 백신 접종에 따른 집단면역 달성 목표를 세웠는데, 80~90%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제안이다.

정 교수는 “델타 변이가 확진자 중 차지하는 비율이 늘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백신 접종률은 정체 추세”라며 “(확진자가) 적어도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이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도 백신 접종만으로 코로나19가 통제 가능해진다는 의미의 집단면역이라면 달성 불가능하다고 본다. 델타 변이의 출현으로 이미 불가능해졌다”며 “방역 정책의 목표를 국민 80~90% 백신 접종을 목표로 해서 사회적으로 확진자 통제가 가능한 수준으로 목표를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델타 변이 막으려면? 백신 2차 접종 85% 도달해야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사진=아주경제DB]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역 체계 강화’와 ‘백신 접종률 향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거리두기 철저하게 지키는 것과 백신을 제때 맞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현 거리두기 체계로는 코로나19 확산세를 꺾을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대로 거리두기를 유지하면 나중엔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면서 “다만,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에 관련해서 국민적인 토론과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백신 수급 차질과 관련해서는 “백신 수급 계약 등 첫 시작부터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해외 제약사가 백신을 만들 때 정부가 선제적인 도입을 위해 먼저 나섰어야 했는데 출발이 늦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델타 변이의 출현으로 선진국에서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시작하면서 수급에 있어서 더 뒤로 밀릴 수 있다”면서 “전방위적인 외교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정부가 내세운 국민의 70% 백신 접종 목표로는 집단면역 달성은 물론 델타 변이를 막을 수 없다”면서 “2차 접종 85%까지 도달해야 한다. 델타 변이의 경우 2차 접종까지 마쳐야 방어력이 생기기 때문에 현재 1차 접종률만 높이는 정부의 접종 방안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 감염자·접촉자 추적 관리 필요···ICT 이용 강화 제안
 

홍윤철 서울대 예의학과 교수. [사진=서울대]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방역 실패를 지적하며, 대안으로 감염자·접촉자 추적 관리 강화를 꼽았다.

홍 교수는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는 것으로 전략을 잡았다. 결과적으로 국민과 정부 모두 힘들어지기만 하고 해결이 안 됐다”며 “사회적 거리두기에 집착해선 안 된다. 이제는 갈 곳도 없고 효과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홍 교수는 방역 대책으로 “감염자·접촉자 추적 관리를 끝까지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방역 인력을 지금보다 적어도 2배, 많게는 3배 정도로 늘려 접촉자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K-방역 중 하나가 ICT를 이용해 접촉자를 추적하는 것인데, 이 부분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해 접촉자 추적 관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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