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남에 따라 삼성전자는 그동안 미뤄둔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전장사업은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되기 전까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4대 미래사업(AI·5G 통신·바이오·전장 부품)의 하나다. 최근 반도체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더욱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업계는 최근 정상화되고 있는 자동차 수요와 전동화(전기차) 확산 추세에 힘입어 반도체, 디지털콕핏(Digital Cockpit, 디지털화된 자동차 조종 공간) 등의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계열사인 삼성전기와 함께 최근 잇달아 해외 주요 완성차업체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지난해 독일 아우디에 이어 폭스바겐과도 자동차 반도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독일 완성차업체의 요구에 부응했다는 점에서 향후 여타 완성차와의 계약도 기대된다. 삼성전기도 최근 글로벌 선두 전기차 업체로부터 차세대 전기트럭용 카메라 모듈 공급 계약을 따냈는데, 수주액이 5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복귀 이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설 방침이라, 전장사업 관련 회사를 인수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업계 2위인 네덜란드 NXP 인수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NXP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이 있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가 이뤄지면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2013년 신설된 VS사업본부(인포테인먼트)와 2018년 인수한 오스트리아 기업 ZKW(램프), 올해 새로 설립한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전기차 파워트레인) 등을 3개 축으로, 미래차 전장사업의 페달을 힘차게 밟고 있다.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한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지난달 공식 출범한 데 이어 지난 10일 글로벌 공식 홈페이지까지 개설하며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특히 ZKW는 구광모 LG 회장이 취임 첫해 인수한 야심작이다. 당시 LG전자는 약 1조원을 투자해 ZKW를 인수, 2019년 말 VS사업본부 내 차량용 램프 사업을 ZKW로 이관해 통합했다. ZKW는 LG전자에 인수된 이후 매년 10억 유로(약 1조3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고, 올해도 12억 유로(약 1조6000억원)의 매출 달성이 유력하다. 수주 잔액도 상당하다. 업계는 ZKW가 10조원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한다.
VS사업본부도 하반기 이후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해 1분기 적자 폭을 7억원까지 줄였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마그나의 수주 확대, 전장부품 수요 증가로 VS사업본부 매출액은 2021년 7조1000억원, 2022년 9조원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흑자 전환에 따른 가치 재평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