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은행업 경쟁도 평가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업 경쟁도 평가를 진행하기 위해 구체적인 연구용역 일정을 잡아 놓은 상태”라며 “당초 예정대로 평가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업 경쟁도 평가는 은행 산업의 환경·규제 등 현황 및 인가, 업무범위 등 규제 개선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말한다. 새로운 서비스의 금융업 진출에 따른 은행의 수익성 전망을 분석하고,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서비스 제공 실태와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도 진행된다. 또한 디지털, 언택트 시대에 소비자 접점인 점포의 합리적 운영 전략과 더불어 금융플랫폼 활성화 방안도 평가 대상이다.
이러한 은행업 경쟁도 평가는 금융위가 전문 연구기관에 연구용역을 맡기면 통상 3~4개월간 진행된다.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가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은행산업 경쟁도 평가를 실시한 후 이르면 올해 안으로 최종 평가 결과를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업 경쟁도 평가 결과, 국내 은행업이 ‘경쟁도가 충분하지 않은 시장’이라는 결론이 나오면 금융당국은 추가 인터넷은행 설립 인허가 논의를 시작하게 된다. 이 경우 금융당국에 인터넷은행 설립 의사를 내비친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설립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은행계 금융지주사가 인터넷은행 설립 의향이 있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금융위에 전달한 바 있다. 기존 은행의 사업부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모바일 뱅킹 플랫폼으로는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판단에서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과 시행령상 금융지주사가 100% 인터넷은행 자회사를 갖는 데 법적 제약이 없는 만큼, 은행업 경쟁도 평가 결과가 금융지주 계열 인터넷은행 여부를 결정짓는 판단 근거가 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금융지주 인터넷은행 설립의 필요성을 두고는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금융지주 인터넷은행 설립을 환영하는 측은 MZ세대를 비롯한 미래고객을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편의성 높은 인터넷은행에 뺏길 바엔 기민한 대응이 가능한 '챌린저뱅크(Challenger Bank)'를 신규 설립하는 게 향후 영업 전략에 유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대로 금융지주의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과 차별화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지주들은 계열사인 시중은행을 통해 자체적인 모바일 뱅킹과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추가로 디지털뱅킹 채널을 만드는 게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의 인터넷은행 설립에 법적인 제약이 없는 만큼, 은행업 경쟁도 평가를 통해 인터넷은행 추가 인허가 필요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설립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며 "신규 출범한 인터넷은행이 기존 시중은행과 어떻게 다른 역할을 할지는 추후에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