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KH그룹에 매각된 iHQ가 지분을 담보로 현금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iHQ는 지난 2월 대주주가 바뀐 뒤 지금까지 총 800억원의 넘는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전환사채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 대부분은 타법인 지분 전환에 쓰이는 중이다. 그룹의 외연 확대를 위해 새 식구 iHQ가 톡톡히 쓰이고 있는 셈이다.
iHQ는 전환사채를 자주 찍어내던 회사는 아니다. 지난 2005년 YTN미디어 인수를 위해 1800만달러 규모의 제1회차 해외전환사채를 발행했었고, 이후 2013년에 큐브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위해 80억원 규모의 제2회차 전환사채를 찍어낸 바 있다.
반년만에 6번의 전환사채로 807억원 조달
먼저 지난 4월22일 200억원 규모의 제3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전환사채는 에스에스2호조합이 인수했다. 발행 이유는 타법인 증권 취득 용도다.
4회차와 5회차 전환사채는 지난 5월12일 같은 날 발행했다. 각각 10억원, 20억원 규모다. 4, 5회차 전환사채의 인수자는 각각 메가폰엔터테인먼트와 피팝코리아의 대주주다. 해당 법인의 지분인수에 현금 대신 전환사채를 사용한 셈이다.
6월14일 발행된 제6회차 전환사채는 500억원 규모다. 인수자는 메리츠증권이다. 전환사채 발행으로 유입된 자금은 자회사 iHQ리츠의 설립에 쓰였다.
제7회차 전환사채는 대주주 KH미디어의 운영자금 지원이다. 지난 6월3일 65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마지막은 이달 3일 공시한 제8회 전환사채다. 총 10억원 규모다. 올해 들어 발행한 전환사채 총액은 807억원이 됐다. 제8회차 전환사채 발행 대상자는 콘텐츠 제작사 페이지원필름의 대표다. iHQ가 페이지원필름을 인수하면서 앞서 메가폰엔터와 피팝코리아의 인수처럼 인수대금을 현금이 아니라 전환사채 발행으로 처리한 것이다.
연예기획사의 리츠투자…그룹 외연 확대에 큰 몫
KH그룹이 iHQ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리츠다. 연예인의 매니지먼트와 콘텐츠 제작을 하는 회사가 리츠를 설립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iHQ의 자회사 iHQ리츠는 지난 5월10일 자본금 300만원으로 설립됐다. iHQ리츠는 지난 6월17일 743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자금 일부를 사용해 자본금을 10억원으로 늘린다. 지난 iHQ가 제6회차 전환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이 iHQ리츠의 전환사채 발행에 투입된 것이다. 제3회차 전환사채로 만든 200억원도 여기에 쓰인 것으로 분석된다.
iHQ리츠는 iHQ의 제6회차 전환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대거 조달한 날 서울시 신사동의 빌딩 두 채를 711억원에 매입했다. 신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5번 출구 바로 앞에 나란히 붙어있는 건물이다. 빌딩 취득 목적이 '목적 사업 영위'라는 점에서 계열사를 입주시켜 임대료를 받는 등 영업용 자산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iHQ는 지난 6월18일 KH그룹의 다른 리츠사인 KH리츠에 200억원 규모의 현금도 빌려준 바 있다. 대여기간은 일주일이었다.
전환사채, 부채 증가로 재무제표 부담 ↑ 주가는 ↓
iHQ가 5개월 여만에 전환사채를 대거 발행하면서 회사의 재무제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일단 재무상태표 상 부채가 대거 늘어날 예정이다.
iHQ의 지난 1분기 말 부채총계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269억원이다. 하지만 2분기와 3분기 재무제표에는 전환사채 발행으로 807억원의 부채가 추가된다.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되기 전까지는 부채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반면 현금흐름표에는 전환사채 발행금이 유입되면서 재무활동 현금흐름에 플러스가 된다. 단 대부분이 타법인 지분인수에 쓰였다는 점에서 투자활동 현금흐름에는 마이너스가 예상된다.
증권가가 우려하는 점은 재무부담 뿐만 아니라 대주주의 지분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주주인 KH미디어는 iHQ의 지분을 꾸준히 매각 중이다. 지난 2월 인수당시에는 지분율이 50.49%였지만 현재는 25.28로 쪼그라들었다. 대부분이 장외매도를 통해 팔았다.
iHQ의 주가는 KH그룹의 인수 당시 1800원선을 기록하다가 한때 2900원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제6회차 전환사채 발행 이후 주가가 크게 꺾이며 현재는 17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